박원순 ‘마지막 48시간’…주변인 긴박했던 ‘朴 구하기’ 결국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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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30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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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2020.6.25/뉴스1 © News1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2020.6.25/뉴스1 © News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월10일 북악산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후 검찰 수사 끝에 박 전 시장에게 피소사실이 유출된 의혹 등 사망 전 극단선택에 이른 정황과 행적이 비교적 자세하게 드러났다.

서울 북부지검이 30일 발표한 ‘박원순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피해자의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시민단체대표→다른 시민단체 대표 2인→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로 이어지는 채널을 통해 약 24시간 만에 자신의 피소를 예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전 시장은 지난 7월9일 오후 1시39분쯤 비서실장에게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며 공관을 나선 후 지난 10일 북악산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전직 비서 A씨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으며, 박 전 시장은 고소 관련 이야기들을 여성단체와 국회의원, 젠더특보로 이어지는 ‘사적 채널’을 통해 알게된 것으로 파악된다.

박 전 시장의 극단선택 이틀 전인 7월7일 오후 2시2분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박 전 시장의 고소장 접수와 관련해 전화로 면담을 한 후에 오후 2시37분쯤 평소 알고 지내던 시민단체대표 C씨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검찰 조사결과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투 사건을 고소할 예정이며 구체적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알리며 A씨에 대해서 시민단체가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C대표는 오후 8시31분쯤 다른 시민단체 F대표와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 등에 관련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유추된다. 이후 F대표는 하루 뒤인 8일 오전 10시18분쯤 같은 시민단체의 D공동대표와 통화를 하고 D대표는 이를 국회의원 E에게 오전 10시31분쯤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원 E는 과거 여성단체의 상임대표를 맡기도 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인순 의원으로 추론된다.

남 의원은 이후 오전 10시33분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해 ‘박 시장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냐’고 알린다. 김 변호사가 지원을 요청한 시민단체에서 사적 채널을 통해 이야기가 흘러 들어가면서 결국 국회의원까지 정보가 들어갔고, 해당 정보가 서울시에 바로 전해진 것이다.

남 의원과 통화를 마친 임 특보는 통화 직후 오전 10시39분쯤 C대표에게 전화상으로 내용을 물어보려고 하지만 C는 ‘어떻게 알았느냐’고 답변할 뿐 관련 내용은 함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특보는 이날 낮 12시21분쯤 D에게 ‘여성단체가 (김) 변호사와 접촉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듣게 된다.

이후 임 특보는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면서 ‘시장님 관련해서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이야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냐’고 묻자 박 전 시장은 ‘그런 것은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 특보는 당시 ‘A씨와 4월 (서울시 직원의) 성폭행 사건 이후 연락한 사실이 있냐’고 박 전 시장에게 물었지만 박 전 시장은 이를 부인했다.

문제를 이날 처음 인지한 것으로 추론되는 박 전 시장은 이날 오후 9시30분쯤 임 특보에게 전화해 고한석 전 비서실장과 기획비서관 등 측근들을 오후 11시까지 공관으로 오라고 지시하게 된다.

임 특보와 기획비서관 등은 8일 오후 11시쯤 공관에서 박 전 시장을 만나 ‘국회의원으로부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소문이 돈다는 전화를 받고 C와 D에 연락을 했는데 알려주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날, 박 전 시장이 생존한 마지막 날인 7월9일, 임 특보는 오전 5시13분부터 고 전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오후 11시 열렸던 공관 회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정보 출처에 대해서 ‘남인순 국회의원이 여성단체 쪽에서 듣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임 특보는 C대표에게 오전 7시9분쯤에도 전화를 걸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자가) 상담을 하는건지 기자회견을 하는건지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인지 알려주면 안되겠냐’고 물어봤지만 C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상황을 파악한 박 전 시장은 이날 오전 9시15분~10시5분쯤 공관에서 고 전 비서실장과 마지막 독대를 하게 된다. 박 전 시장은 이날 자리에서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다. 그쪽에서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고 조사됐다. 독대를 할 때까지만 해도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고 전 비서실장과의 독대가 끝난 후부터 박 전 시장의 심리는 급격히 무너진 것으로 추론된다.

이날 오전 10시44분쯤 박 전 시장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온다. 오후 1시24분쯤에는 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도 보낸다. 오후 1시38분쯤엔 B 비서실장과 통화하면서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말하고 오후 3시39분쯤 휴대전화 신호가 끊기게 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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