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상권돕기 열기… 코로나에도 ‘사랑의 온도’는 높아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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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고통받는 상인들 돕자” 백석대 교직원 등 십시일반 모금
마스크 나눔-외국인 학생 지원 등 올 한 해 다양한 나눔기획 눈길
他대학과 우수 강의 콘텐츠 공유
비대면 수업 학생들 만족도 높여

공규석 백석대학교회 담임목사가 지난달 27일 학교 앞 음식점을 찾아가 외국인 학생이 사용할 쿠폰을 만들어 달라며 모금한 돈을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교직원 예배에서 ‘마중물 프로젝트’를 독려하고 있는 장종현 백석대 총장. 백석대 제공
공규석 백석대학교회 담임목사가 지난달 27일 학교 앞 음식점을 찾아가 외국인 학생이 사용할 쿠폰을 만들어 달라며 모금한 돈을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교직원 예배에서 ‘마중물 프로젝트’를 독려하고 있는 장종현 백석대 총장. 백석대 제공
요즘 대학 캠퍼스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워 썰렁하기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강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3차 유행이 퍼지면서 학교 인근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충남 천안에 있는 백석대의 장종현 총장은 학교에 “가족과도 같은 주변 상인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학교는 대학교회 추수감사절 헌금을 종잣돈으로 교직원과 교인 등을 대상으로 1500여만 원을 모금했다. 이 돈으로 여러 음식점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해 아르바이트마저 끊긴 외국인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마중물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진 이 캠페인으로 주변 상인들은 한시름 덜었다며 고마워하고 있다. 음식점 주인 고유리 씨(34)는 “상인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준 데 감사한다”며 “더욱 맛있는 음식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코로나 한파에도 어려운 학생-이웃부터 챙겨

올 한 해 코로나19로 전국적으로 많은 대학의 교육과 연구, 비교과 활동이 파행을 빚었다. 백석대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사랑과 협력, 존중, 아이디어로 캠퍼스 달력을 충실히 채워나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기승을 부린 3월 신학기. 학교는 학사 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온라인으로 학생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 졸업 이후까지 책임진다는 평생담임교수들은 신입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전공 교육과정과 수강신청 등에 대해 상담했다. 격리됐던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온라인으로 한국어 특강을 실시하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학교를 떠나는 퇴임 교수들은 “어려운 학생들이 마스크를 구입하는 데 써 달라”며 1000여만 원을 내놓기도 했다. 한 교수는 “젊은 날을 불태운 교정을 떠나면서 아쉬움조차 제대로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작은 선물이라도 전달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교문을 나설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코로나 한파에도 사랑의 온도는 더욱 높아졌다. 재학생들은 스스로도 경황이 없는 처지였지만 고국을 떠나온 외국인 학생들부터 챙겼다. 4월 초 기독교 동아리 IVF는 당시 품귀였던 손소독제 90여 개를 직접 만들어 외국인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사회복지학부에서 청소년학을 전공하는 인도 출신 맘타 씨(21)는 “손소독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터였다”며 “따뜻한 배려 덕분에 건강하게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학교는 캠퍼스 밖으로도 눈길을 돌렸다. 4월 17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천안시동남구 신안동주민센터에 마스크 1500개를 기탁했다. 공적 마스크 구입이 비교적 원활하지 않았던 당시 부활주일 예배에서 헌금 대신 모은 것들이었다. 공규석 대학교회 담임목사는 “마스크 나눔은 부활의 기쁨 나눔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름은 여름 들어 농촌으로 번졌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촌을 꺼려 강원 산간지역은 일손 부족에 허덕였다. 백석대 인성개발원은 정선지역 농협, 자원봉사센터 등과 협약을 맺고 원정 농촌봉사 활동을 벌였다.

17년 동안 매년 늦가을 열어온 백석대의 ‘김장 나눔 대축제’는 천안지역 김장 봉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학생들은 올해 코로나19로 김장 봉사를 할 수 없게 되자 지역 농가와 불우 이웃을 동시에 돕는 ‘천안사랑 기프트박스’ 아이디어를 냈다. 올여름 수해를 입은 지역 농가의 쌀을 구매하고 여기에 라면 등 생활필수품을 추가해 지난달 19일 저소득층에게 전달했다. 장 총장은 “지역사회를 향한 봉사,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앞으로도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해 사회에 기여해 달라”고 격려했다.

○ 공유교육으로 교육혁신 모델도 창출

백석대는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와 ‘공유 교육’을 펼쳐 비대면 수업 교육의 질을 높였다. 다른 대학과 교육 컨소시엄을 맺어 우수 강의 콘텐츠를 공유했다. 백석대 관계자는 “공유 교육의 혁신 모델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간호학과는 서울지역 병원과 협약을 맺어 간호사 실무 역량을 강화했다. 디자인영상학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대학의 관련 학과와 공유 캠퍼스를 구축해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를 익혔다.

코로나19가 길어지고 각종 활동이 위축되면서 발생하는 ‘코로나 블루’ 치유를 위한 노력도 활발했다. 교내 학생생활상담센터를 최대로 가동해 한국상담학회의 ‘COVID-19 무료 전화상담 참여기관’ 인정을 받았다. 주당 3일 늦은 밤까지 모바일로 상담해주는 ‘Hello! MC(Mobile Counselling)’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심리적 해방구였다. 기숙사생 대상의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펴낸 ‘학내 밀집도 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에 학생 정신건강 지원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장 총장은 “올해 코로나19가 우리의 모든 활동을 가로막았지만 백석대 구성원들은 방식만 바뀌었을 뿐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실천하는 데 전혀 소홀함이 없었다”며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같이 가야 멀리 간다’는 신조를 마음에 새기고 올바른 인성을 가진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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