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사채왕’ 덫에 마약누명 60대…재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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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7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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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왕’ 최진호씨 일당의 덫에 걸려 마약 범죄자가 됐던 60대 남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17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1)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01년 12월 사기도박에 속아 날린 5억여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가 최씨 일당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일당 한 명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0.3g의 필로폰을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현장에서 긴급체포됐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 2002년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확정됐다.

그러나 사건 발생 7년 뒤 최씨 일당 중 정모씨가 “최씨 지시에 따라 A씨 옷에 마약을 몰래 넣어두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수사가 시작됐다. A씨는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로 최씨 일당들의 진술이 새로 발견됐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2018년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재심을 맡은 정 판사는 최씨 등이 A씨를 마약소지로 구속되게 하기 위해 일당 장모씨로 하여금 일부러 A씨에게 싸움을 걸도록 하고, 정씨에게 싸움을 말리는 척하며 A씨 주머니에 몰래 필로폰을 집어넣게 한 것으로 봤다.

최씨는 누군가로부터 A씨를 처리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이 사건 다방에 간 적도 없으며 정씨로 하여금 A씨 주머니에 필로폰을 넣게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머지 일당 등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최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됐다.

정 판사는 “최씨는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 소환에 불응하다가 결국 출석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일체의 증언을 거부했다”며 “이는 자신이 애초 진술한 것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믿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신이 A씨 주머니에 필로폰을 넣었다고 주장한 정씨 등의 진술은 세부적인 점에서 일관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A씨 주머니에 마약이 든 봉지를 몰래 넣었다’는 핵심 취지는 일관된다고 설명했다.

폭행 혐의에 대해서도 “A씨가 장씨의 멱살을 잡고 뿌리쳐 넘어뜨리고 발로 등과 정강이를 여러번 차서 전치 3주의 타박상을 입혔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정 판사는 최씨 일당이 경찰과도 사전모의를 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판사는 “최씨는 판사로 재직하던 공직자에게 부정한 금품을 제공하기도 했던 사람이고, 이 사건 관련 경찰관들과도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경찰관들까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최씨와 경찰 사이에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떠한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판사에게 수억원의 뒷돈을 주고 청탁을 한 전력도 있었다. 앞서 최민호 전 판사(48)는 2009∼2012년 최씨로부터 마약·공갈 등 형사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약 2억6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6년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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