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유휘성씨 고려대에 내놔
지금까지 기부금액 모두 64억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 코로나로 지친 의료진에 써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료계가 힘든 시기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80대 사업가가 자신의 모교에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의학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10억 원을 내놓았다. 고려대 상학과(현 경영학과) 58학번인 유휘성 씨(82)는 이전까지도 고려대에 약 54억 원을 기부한 ‘슈퍼 기부자’다.
고려대는 “유휘성 동문이 3일 오전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식에서 10억 원을 내놓았다”고 16일 밝혔다. 유 씨는 2011년과 2015년, 지난해에도 10억 원씩 학교에 기부했다. 2017년에는 가족들이 살던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당시 매매가가 24억 원이었다고 한다.
유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을 보며 항상 고마움을 느껴 왔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치고 힘든 상황일 텐데도 크게 내색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0년 건설사를 창업한 유 씨는 평생 열심히 일하며 견실하게 회사를 지금껏 이끌어 왔다. 하지만 해당 업체 역시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1000억 원가량 줄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유 씨는 “사정이 어려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어렵다고 기부를 멈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유 씨가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까닭이 있다. 자신도 역시 누군가의 도움 덕에 이만큼 살아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 씨는 어린 시절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여읜 뒤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충북 진천에서 먹고살기도 막막했지만 주변에서 도와준 덕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유 씨는 “언제나 마음속엔 나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살아왔다”며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평생의 소원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돈이란 바닷물과 같아요.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큰 부를 일군 재산가지만 유 씨의 삶은 소탈하다. 3일 열렸던 기부식에도 도보 40분 거리를 걸어서 찾아갔다. 운전기사를 고용해도 될 만한 형편이지만 자가용도 없다. 2017년 자녀들이 독립한 뒤엔 2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하기도 했다. 그때 원래 살던 50평형대 아파트를 고려대에 기부한 것이다.
유 씨가 기부한 돈은 고려대의 ‘인성기금’을 마련하는 기반이 됐다. 유 씨의 어머니와 할머니 성함에 있는 ‘인(仁)’ 자와 본인 이름의 ‘성(星)’ 자를 따와 이름을 지었다. 고려대 측은 “이번 기부금 역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학발전기금과 심혈관질환 연구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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