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없어 40분 걸어와… 10억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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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유휘성씨 고려대에 내놔
지금까지 기부금액 모두 64억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 코로나로 지친 의료진에 써달라”

3일 오전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식에 참석한 유휘성 씨(왼쪽)가 정진택 고려대 총장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고려대 제공
3일 오전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식에 참석한 유휘성 씨(왼쪽)가 정진택 고려대 총장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고려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료계가 힘든 시기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80대 사업가가 자신의 모교에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의학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10억 원을 내놓았다. 고려대 상학과(현 경영학과) 58학번인 유휘성 씨(82)는 이전까지도 고려대에 약 54억 원을 기부한 ‘슈퍼 기부자’다.

고려대는 “유휘성 동문이 3일 오전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식에서 10억 원을 내놓았다”고 16일 밝혔다. 유 씨는 2011년과 2015년, 지난해에도 10억 원씩 학교에 기부했다. 2017년에는 가족들이 살던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당시 매매가가 24억 원이었다고 한다.

유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을 보며 항상 고마움을 느껴 왔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치고 힘든 상황일 텐데도 크게 내색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0년 건설사를 창업한 유 씨는 평생 열심히 일하며 견실하게 회사를 지금껏 이끌어 왔다. 하지만 해당 업체 역시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1000억 원가량 줄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유 씨는 “사정이 어려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어렵다고 기부를 멈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유 씨가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까닭이 있다. 자신도 역시 누군가의 도움 덕에 이만큼 살아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 씨는 어린 시절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여읜 뒤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충북 진천에서 먹고살기도 막막했지만 주변에서 도와준 덕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유 씨는 “언제나 마음속엔 나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살아왔다”며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평생의 소원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돈이란 바닷물과 같아요.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큰 부를 일군 재산가지만 유 씨의 삶은 소탈하다. 3일 열렸던 기부식에도 도보 40분 거리를 걸어서 찾아갔다. 운전기사를 고용해도 될 만한 형편이지만 자가용도 없다. 2017년 자녀들이 독립한 뒤엔 2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하기도 했다. 그때 원래 살던 50평형대 아파트를 고려대에 기부한 것이다.

유 씨가 기부한 돈은 고려대의 ‘인성기금’을 마련하는 기반이 됐다. 유 씨의 어머니와 할머니 성함에 있는 ‘인(仁)’ 자와 본인 이름의 ‘성(星)’ 자를 따와 이름을 지었다. 고려대 측은 “이번 기부금 역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학발전기금과 심혈관질환 연구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휘성#10억 기부#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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