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전태일 열사 50주기 ‘인간답게 살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3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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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인간답게 살고 싶다!” 11.13 전태일들의 행진’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인간답게 살고 싶다!” 11.13 전태일들의 행진’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3일은 전태일 열사 50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의 추도식이 서울에서도, 경기 남양주시에서도 열렸습니다.

1970년 서울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습니다.








당시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보통 아침 8시 반 출근에 밤 11시 퇴근으로 하루 평균 14~15시간 일했습니다. 야간작업을 하는 일도 허다하며 심한 경우는 사흘씩 밤낮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70년대 한국산업화의 그늘을 상징하는 전태일 열사의 분신은 한국 사회운동에도 중요한 분수령이 됐습니다. 정치인, 명망가, 지식인의 전유물이던 민주화운동이 소외받는 사람과 서민들에게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5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을 하러 나갔는데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현장에서 과로사로 죽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비대면 시대에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굉장히 심각한 상태입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
13일 서울 청계천 전태일 박물관에서 한 시민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 13일 서울 청계천 전태일 박물관에서 한 시민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70년 11월 13일 오후 1시 반경,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책을 가슴에 품고 내려왔다. 갑자기 옷 위로 불길이 확 치솟았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 그는 까맣게 탄 얼굴 근육을 실룩거렸는데,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 어머니는 내내 죽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태일은 목이 마르다면서 물을 달라고 수없이 졸라댔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을 마시면 화기(火氣)가 입속으로 들어가 영영 살릴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줄 수가 없었다. … 전태일은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듯하더니 눈을 떠 힘없는 소리로 “배가 고프다”고 했다. 평생을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보지 못했던 그였다. 배가 고프다는 한마디, 그의 스물두 해의 고통을 말해주는 이 한마디가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훗날 조영래 변호사가 ‘전태일 평전’에 기록한 열사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노동자들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야 합니다.

글·사진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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