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강경화에 호소문 “적어도 병역법 어기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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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27일 0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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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아니면 법적 재제 가할 수 없어야”
“난 정치범·테러리스트·범죄자 아냐”
“엄연한 인권침해, 형평성에 어긋난 판단”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이 자신의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향해 “적어도 저는 병역법을 어기지 않았다”며 “입국금지는 엄연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유승준은 27일 “외교부 장관님. 가수 유승준입니다. 저를 아시는지요?”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먼저 “그때(활동당시) 제 나이 20대 초반 이었고, 미국 영주권을 가진 재미교포 신분으로 활동했다”며 “저는 당시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고 올바르게 살고자 했으며, 더 나아가 다음 세대들에게 모범이 되려고 늘 노력했다. 할수있는 능력 안에서 기부하는 일에도 앞장 섰으며 금연 홍보대사등의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 힘썼다”고 적었다.

그는 “제가 군에 입대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저는 데뷔 때부터 이미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간 영주권자였고, 그 무렵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으면 영주권마저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특히 “팬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현실적인 실리를 선택한 비겁한 행동 이었다고 비판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적어도 저는 병역법을 어기지 않았다. 제가 내린 결정은 합법적 이었으며 위법이 아니면 법적 재제를 가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승준은 “이번에 국정감사에서 장관님께서 저에게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다”면서 “지금 군에 입대하거나 복무 중인 젊은 청년들 대다수가 저를 모르는 세대들이다. 저는 이미 잊혀져도 한참 잊혀진 아이 넷을 둔 중년 아저씨에 불과하다. 그런 제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보이시느냐?”고 물었다.

또 “대한민국의 안보, 질서와 외교관계가 정말 저 같은 일개 연예인의 영향력으로 해침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시냐?”며 “저는 정치범도 테러리스트도 범죄자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악영향을 끼칠 인물은 더더욱 아니다”고 했다.

이어 “제가 과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선택은 이민자들로서는 지극히 흔하고 당연한 선택이었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팬들을 실망시킨 잘못에 대한 평가는 팬들이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장관님께서는 올해 초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만나, 한국 정부가 2020~2022년 인권 이사국으로서 국제적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신 바 있다”며 “외국인에게도 인권이 있고, 범죄자들도 지은 죄만큼만 벌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18년 8개월 동안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 시민권을 취득한것으로 간주되어 입국금지를 당한 것도 모자라, 앞으로도 영구히 입국금지라는게 맞는 처사라고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저는 이것이 엄연한 인권침해이며 형평성에 어긋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장관님께서는 2019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단지 절차를 지켜 재량권을 행사하라는 정도의 의미라고 말씀하셨지만, 대법원 판결문에는 재량권 행사시 지켜야 할 지침이 다 나와 있다. 장관님께서 부디 저의 무기한 입국금지 문제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고민해 주시고, 이제는 저의 입국을 허락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스티브 유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네. 그런 판단하에 비자 발급을 허용치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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