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한테는 차마 말 못했어”… ‘인천 화재’ 동생 빈소에 추모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2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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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한테는 아직 얘기 못했어요. 동생 어디 갔냐고 찾을 텐데….”

22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 있는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A 군(8)의 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A 군은 지난달 엄마가 집은 비운 사이 형과 라면을 끓여먹다가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21일 세상을 떠난 동생이다.

A 군의 외할아버지도 “작은 손자는 태어날 때부터 작게 태어나 더욱 애지중지 키웠던 아이인데 너무 애처롭고 안타깝게 갔다”며 “큰 손자가 충격을 받을까봐 차마 알리지 못했다”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날 동생의 빈소는 적막하다 못해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조명은 일부만 켜져 있었고, 입구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셔터로 막혀있었다. 장례식장 측은 “유족 요청으로 빈소 안내도 따로 하지 않는다. 근조 화환도 최소한만 받고 있다”고 전했다. A 군의 빈소라는 걸 표시하는 사진이나 이름도 걸려 있지 않았다. 다만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길’이란 문구가 쓰인 화환 2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족들 뜻에 따라 조문객도 많지 않았다. 주로 가까운 친척과 지인 등 최소한의 조문객만 다녀갔다. A 군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사들은 학교 친구들의 마음을 담은 ‘친구야, 사랑해’라는 글귀가 적힌 근조 화환을 들고 왔다.

유족 의사를 반영해 직접 조문을 오진 못했지만, 떠나간 동생을 애도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특히 화재가 났던 인천 미추홀구의 빌라 인근에 사는 이웃들은 동생 소식에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집에서 잠시 멈춰서서 “그렇게 죽다니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울먹이는 여성 주민도 있었다. 형제들이 자주 들렀다는 중국음식점 사장 이진영 씨(59)는 “사나흘에 한번씩 꼭 왔던 아이가 하늘로 떠났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형과 동생 모두 인사성이 참 바른 착한 아이들이었다. 남은 형이라도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형제를 도와왔던 학산나눔재단도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재단 측은 21일 세상을 떠난 동생이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 옷과 신발을 갖고 싶어 해 당일 사러 가려했다고 한다. 재단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밝은 모습으로 함께 사진도 찍었다”며 “이렇게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에서도 조의를 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 어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 말씀을 전한다”며 “더 이상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겠다”고 썼다. 아울러 재발 방지 대책과 돌봄지원제도 정비를 서두를 것도 약속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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