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사망 속출에도…전문가들 “그래도 맞아야”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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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1일에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자들의 사망 소식이 이어지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나이가 공개된 사망자 7명 중 6명이 고령자인 탓에 60대 이상 어르신, 노부모를 둔 자녀들의 자녀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전에 사는 한모 씨(53·여)는 “독감 백신이 동날 수도 있다는 말에 19일 고령자 무료접종이 시작되자 마자 아버지에게 백신을 접종하시라 했는데 뉴스를 보고 괜히 그랬나 싶어 후회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는 19일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받은 82세 남성이 하루 만에 사망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이숙자 씨(74·여)도 “18살 아이도 접종하고 죽었다니 너무 무섭다”며 “나는 지난해에도 접종했고 올해는 유료접종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안전하다는 정부 말을 믿을 수 없어 그냥 안 맞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는 유료접종 대상자용 백신을 찾는 문의 전화가 쇄도하기도 했다. 사망자가 모두 만18세 이하, 만62세 이상 등 무료접종 대상자고, 실제로 무료접종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21일 서울 강남구 한 의원의 직원은 “원래도 유료 백신 재고량에 대한 문의가 많았는데 오늘은 20명 가까이 전화 문의를 했다”고 전했다. 대전 서구의 한 의원 간호사는 “우리 병원에서 접종하는 독감 백신의 종류를 묻는 전화가 몇 통 와서 사망자 중 한 명이 맞은 백신과 동일한 종류(한국백신 제품)라고 답해드렸다”며 “유료 백신을 많이 찾으셔서 어제 오후 들어온 유료백신 50개 중 절반 이상이 오늘 오전 9시 반 전에 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각종 온라인 맘카페에서도 ‘우리 동네 유료 백신 접종 병원 알려주세요’, ‘유료백신 남은 곳 공유해요’와 같은 글이 많이 올라왔다.

한편 고령층은 통상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독감 백신 접종률이 높았다. 2019~2020절기 독감 백신 접종률은 어린이 77.8%, 임신부 41.8%, 65세 이상 어르신 83.5%였다. 하지만 올해는 고령자 사망 소식이 잇따르면서 고령층의 접종 기피 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독감에 걸릴 때 발생하는 합병증 등의 위험이 백신 부작용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독감 사망자는 한해 30만~65만 명인데, 이중 90% 이상이 고령자다. 지난해 WHO는 인류의 10대 보건위협 중 하나로 ‘독감 유행(global influenza pandemic)’과 ‘백신 거부(vaccine hesitancy)’를 꼽기도 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에도 고령자가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며 “2009년에도 그런 사례가 다수 보고됐지만 단 한 건만 직접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됐다”고 말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한 80대 등 고령자 8명이 사망했지만, 실제 연관성이 확인돼 피해보상을 받은 사람은 65세 여성 한 명뿐이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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