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전 목숨 구해준 한강 뱃사공 찾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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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적의 아기’로 본보에 소개 “늦었지만 큰절 올리고 싶다”

1973년 6월 12일자 7면.
1973년 6월 12일자 7면.
“47년 전 목숨을 구해준 ‘뱃사공’을 찾습니다.”

1973년 엄마와 한강에 빠졌던 두 살배기 아기를 한 뱃사공이 구해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동아일보는 그해 6월 12일 “죽음에서 건져진 기적의 아기”라고 보도했다.

이제 지천명을 바라보는 ‘기적의 아기’ 송모 씨(49)가 뱃사공 김건웅 씨(당시 31세)를 애타게 찾고 있다. 동아일보와 만난 송 씨는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시 송 씨 가족이 살던 곳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어머니는 21개월 된 송 씨를 업고 뚝섬나루터 유원지로 외출했다. 하지만 강물에 빠져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고 송 씨는 지나가던 김 씨가 건져냈다.

어렵게 구했지만 송 씨는 의식을 잃어갔다. 김 씨는 아이를 들쳐 업고 인근 파출소로 달려갔다. 이복만 순경(당시 38세)과 인근 병원들을 뛰어다닌 끝에 국립의료원에서 30분 인공호흡을 한 뒤 송 씨가 깨어났다고 한다.

사고 이후 송 씨의 아버지는 아내와 아이를 찾아 온 동네를 뒤졌다. 그런데 다음 날 “동아일보에 실린 아이 같다”고 이웃들이 알려줘 병원에서 아들과 재회했다. 송 씨는 “아버지는 2009년 작고하실 때까지 그날 신문을 보관하셨다”고 했다.

당시 기억은 없지만 송 씨는 평생 고마움을 품고 살았다. 지금껏 은인들을 찾아온 이유다. 올 7월 국민신문고와 경찰의 도움으로 47년 만에 순경 이복만 씨를 만났다. 80대가 된 이 씨는 치매를 앓고 있지만 “어르신, 그때 살려주신 아기입니다”란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니 두 분이 없었으면 저는 물론이고 제 아들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뱃사공 어르신도 살아계신다면 부모님처럼 모시고 싶습니다. 찾아뵙고 큰절 한번 올리고 싶네요.”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한강#뱃사공#기적의 아기#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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