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한국인 첫 WTO 사무총장 나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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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국제기구를 앞장서 이끄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 수장에 오른 이종욱 전 사무총장이 최초였습니다. 그 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송상현 국제사법재판소(ICC) 소장, 김용 세계은행(WB) 총재,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오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의장, 김종양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총재 등이 국제사회의 리더 역할을 했습니다.

2006년 오늘(10월 14일)은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날입니다. 연임한 그는 2007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유엔을 이끌었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러 또 한 명의 한국인이 핵심 국제기구의 수장에 다가섰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그 주인공입니다. WTO는 자유무역을 내세우며 1995년에 출범한 국제기구로서 국제무역의 컨트롤타워입니다.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며 무역분쟁이 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WTO 사무총장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각별합니다. 우리나라로서는 WTO 사무총장에 세 번째 도전입니다. 1995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3년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그 자리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8일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쟁쟁한 후보 8명과의 경쟁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와 맞붙는 2자 대결로 압축된 겁니다. 두 후보 모두 여성입니다. 누가 당선되든 WTO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 됩니다. 유리천장을 뚫고 국제사회의 짐을 짊어지고자 나선 두 여성 후보의 선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유 본부장은 마지막 라운드에 대비하기 위해 13일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WTO 회원국 대사들을 만나는 등 지지를 얻기 위한 활동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들어간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일하며 여러 굵직한 통상 현안을 해결해온 전문성이 돋보입니다. 현직으로서 세계 주요국 통상장관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점도 경쟁력입니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외교장관을 역임했으며 세계은행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비교적 인지도가 높습니다.

두 후보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는 가운데 3차 라운드 협의 절차는 19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됩니다. 이어 164개 회원국의 합의 도출 과정을 거칩니다. 결과는 다음 달 7일쯤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WTO 사무총장 선거를 두고 가장 고민하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한국 후보를 지지하자니 한국과의 무역분쟁 상황이 걸려 탐탁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밀고 있는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하기도 곤란한 입장입니다. 중국 추천 후보를 지지하면 미중 대립을 부추기고 미일 동맹에 균열을 초래하기 때문이지요. 딜레마에 빠진 일본의 최종 선택이 주목됩니다.

누가 WTO 리더가 되든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무역 환경을 추스르고 느슨해진 국제 연대를 복원해야 합니다. 한국인의 당선을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협소한 의미의 국익보다는 국제사회와 인류의 보편적 발전을 기대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한국인#wto#사무총장#유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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