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회하는 보수단체 회원들. /뉴스1DB © News1
광주에서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일가족 대부분은 방역 당국이 확보한 참가자 명단에 없었다.
방역 당국은 이들이 일부러 휴대전화를 꺼두고 집회에 참석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29~30일 나온 지역 확진자 12명 가운데 5명이 지난 15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던 집회에 참석했다.
이 5명은 40대 부부(369·370번)와 20대 아들(363번), 10대 남매(371·373번) 등 한 가족이다.
이들은 광주 북구 무등경기장 앞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지만, 탑승자 명단에는 없었다.
휴대전화 GPS 조사 등으로 ‘363번’만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집회가 열린 시간대에 광주 북구 거주하는 한 시민이 광화문 인근에 머물렀다’란 정보와 그 연락처 정도만 파악돼 방역 당국은 ‘363번’에게 끊임없이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363번’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모친인 ‘370번’이 종종 전화를 대신 받아 ‘집회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광화문 집회 참석자 등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한 광주시 행정명령에도 이들 가족은 꿈쩍 않았다.
방역 당국은 경찰에 소재 파악을 의뢰한 끝에 26일 ‘363번’을 잡아냈다.
2차례 검사 끝에 ‘363번’은 29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역학조사를 하면서 가족 5명 모두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다.
나머지 4명은 휴대전화 GPS 기록을 토대로 만든 참가자 명단에 없었다.
방역 당국은 이들이 집회 참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휴대전화를 꺼뒀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서울을 다녀온 뒤에도 마트나 다른 지역을 다녀오는 등 일상생활을 ‘영위’했다.
방역 당국은 이 일가족 말고도 집회 참가 사실을 숨긴 채 지내왔을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에 크게 걱정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화문 집회가 열린 지) 2주가 지난 상태에서 일가족 5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며 “15일간을 감염된 상태에서 누비고 다녔다는 뜻인데, 얼마나 확산해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세버스로 다녀온 사람도 있고, 개별적으로 다녀온 사람도 있다”며 “GPS로 이들을 잡아내는 일이 상당히 어렵다.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이들이 다소 이념적이고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 사례만 살펴도 광화문 집회 사실을 숨기는 확진자가 다수 있다.
‘252번’은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던 전남 나주 한 물놀이시설에 들렀다고 했고, 일가족인 236~238번째 확진자도 영광 백수해안도로에 다녀왔다고 했다가 GPS 조사에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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