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국 확산 비상]교회지도자 靑초청 간담회
“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문재인 대통령)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다.”(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일부 교회를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일부 교회의 행태를 성토하며 대면 예배 규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교회 지도자들이 ‘종교의 자유 제한’이라고 반박했다.
○ 대면 예배 강행 등 이례적 강경 비판
교회 지도자 1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열린 이날 간담회는 20일 천주교 지도자에 이어 일주일 만에 열렸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일주일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며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8·15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등을 겨냥해 “특정 교회에선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한다”며 “그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한국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며 전례 없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하는 고통이 매우 크겠지만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오히려 함께 힘을 모아 빨리 방역을 하고 종식하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예배, 정상적인 신앙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개신교계의 방역 협조를 당부했다.
개신교계 대표로 발언에 나선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은 “교회 예배자 중 감염자가 많이 나오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교회의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에게 “교회는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 설치, 방역 우수 교회에 대한 ‘방역인증마크’ 수여, 좌석 수에 따른 집회(예배) 인원 유연 적용을 요청했다. 몇몇 참석자는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교회 전체에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文 “일부 교회 가짜뉴스의 진원이란 말도 있어”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며 마무리 발언에서 “저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며 “저 개인도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힘으로 여기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예배나 다른 방식이 교회와 교인에게 곤혹감을 주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교회 협력기구 설치 제안에 대해서도 “아주 좋은 방안”이라며 “기독교만이 아니라 여러 종교들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집단 감염에 있어 교회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며 “신앙을 표현하는 행위, 예배하는 행위는 최대한 국가가 보호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상 제도화돼 있다”고 했다. 일부 교회의 대면 예배 강행을 계속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또 문 대통령은 일부 교회를 겨냥해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며 “그러나 방역을 방해해서 다수 국민께 피해를 입히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다. 일부 교회가 가짜뉴스의 진원이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간담회가 긴장된 분위기에서 열렸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추가 브리핑을 내고 참석자들이 “일부 교회가 방역에 부담이 되고 있어 통탄한 마음” “한국 교회가 전광훈 현상의 모판이란 비평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를 두고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개신교 대형 교단의 한 목사는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목하며 쓴 ‘적반하장’ ‘몰상식’ 등의 표현은 그곳에 모인 교계 지도자들 앞에서 하기에는 과했던 것 같다. 대통령이 교계의 협조를 구하기에 앞서 정치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또 의료계 파업과 관련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전시 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소방관들이 화재 앞에서 파업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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