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세를 보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의 분수령을 맞은 모양새다.
2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41명을 기록했다. 당초 정부는 이번 주를 국내 코로나19 유행의 최대 고비로 지목한 바 있는데, 실제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도 28%로 상승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같은 증가세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기준이 되는 2주간 국내 지역발생 일평균 확진자 수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저희 응급선별진료에서 확진된 환자는 병상 배정이 서울에서 안돼 인천에 있는 길병원으로 전원했다. 상황의 진행이 우려스럽다”며 “정부와 시민들의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한감염학회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등 감염병 전문가들은 연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아 조언하고 있다. 코로나19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는 데다, 선제적으로 실시를 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10인 이상 집합·모임·행사가 금지되고, 고위험 시설뿐만 아니라 목욕탕·영화관 등 중위험 시설까지 운영이 중단된다. 사실상 대부분 자영업종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 학교 수업도 원격으로 전환한다.
즉 전국적인 셧다운(shutdown·임시휴업) 상태에 돌입하는 것인데, 정부는 바로 이 때문에 3단계를 고심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전날(26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단계를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3단계 가는 것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3단계를 언급하는 것보다 2단계 수칙을 훨씬 철저히 준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3단계에 앞선 ‘2.5단계’ 도입을 주장한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전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코로나19를 ‘5막짜리 오페라’에 비유하며 “8월15일부터 시작해 앞으로 한 11월, 12월까지 지역사회에 감염 전파의 어떤 좀 지루한 3막의 큰 대목”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거리두기) 3단계를 2주하면 (감염자가)줄겠지만, 다시 풀면 또 늘 것”이라며 “지금 세계 어느 나라도 완벽한 락다운으로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다 알게 됐다. 그러면 어떻게든지 효율적인 방역구조를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상과 경제생활을 가져가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이 밸런스를 어떻게 가져갈 거냐에 대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 의료 역량이 감당할 수 있게끔 환자 관리가 되는 수준에서의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는 과정이 최소한 앞으로 2년 이상 필요할 것이고, 결국 셧다운 보다는 장기전을 전제로 세밀한 전략을 짜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생활방역위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무조건 단계만 올린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므로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2단계 방역지침과 전국적인 마스크 의무화, 비대면 예배 등부터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 정부가 3단계까지 올렸을 때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정부가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우려도 있다.
당장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 유행세를 이번 주에 꺾지 못하고 만약에 (거리두기) 3단계를 가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굉장히 막심할 것”이라며 “가장 필요한 것은 두 가지로,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대규모 전파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능한 한 집에 있고, 집 밖을 나가서 사람을 만날 때는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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