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증상에도 시내버스 몰고, 브리핑 참석… 방역 수칙 ‘나몰라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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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기사 검사뒤 8시간 운행… 같은 회사 동료 2명도 잇단 감염
23일 확진 충남 인터넷매체 기자, 기침 등 증상에도 일주일간 활동
대전지역 與의원 6명 전원 격리
당국 “안일한 판단이 감염 키워”

버스기사 확진에 진단검사 행렬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모는 운전기사 3명이 최근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4일 구로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시스
버스기사 확진에 진단검사 행렬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모는 운전기사 3명이 최근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4일 구로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시스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위기를 강조하며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를 거듭 당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선 한 버스 운전기사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도 자가 격리를 어긴 채 8시간 동안 버스를 운행했다. 이 기사는 다음 날 확진 판정까지 받았다. 대전에선 한 지역 인터넷매체 기자가 발병 증세가 있는데도 여러 취재현장을 드나들었다. 접촉자로 분류된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현장 업무에서 빠져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 검사 직후 출근해 시내버스 운전

서울시 등에 따르면 버스회사 보성운수 소속 기사인 A 씨(66)는 19일 두통 등의 증상을 보여 20일 오전 강서보건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검사 직후 평소대로 출근해 오후 2시 40분부터 약 8시간 동안 6512번을 운행했다. 6512번은 구로구 구로동과 관악구 서울대를 오가는 지선버스다.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평균 2일 동안 자가 격리하도록 통보했다”고 전했다.

보성운수 측은 A 씨가 자가 격리 대상자인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도 몰랐다. (출근 당일) 운행 전 발열 체크를 했는데 정상으로 나왔다”며 “(확진된 21일) 대뜸 전화가 와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A 씨가 자가 격리 수칙을 어긴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A 씨가 확진된 뒤 같은 회사의 동료 기사 2명도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각각 5618번과 6512번 노선버스를 모는 60대 운전기사들이다. 이들은 A 씨와 달리 검사 직후 자가 격리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5618번은 구로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를 오간다. 방역당국은 보성운수 관계자 192명 전원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으며, 3명을 제외하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가 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A 씨는 버스를 몰 때 마스크를 벗지는 않았다. 운행 당시 탑승한 승객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방역당국은 운전석이 칸막이로 막혀 있어 승객은 별도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진 않았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역학조사 뒤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면 구상권 청구나 손해배상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회사도 방역수칙과 관련해 미진한 점이 없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 증상 있는데 시장 브리핑까지 참석

충남에서는 이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 인터넷매체 기자가 23일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이 기자는 15일 인천에 다녀온 뒤 16일부터 인후통과 기침 등 관련 증세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23일 검사를 받을 때까지 일주일 넘도록 여러 취재 현장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확진자는 18일 대전 서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상무위원회에도 머물렀다. 여기엔 대전의 장철민(동구) 박영순(대덕) 조승래(유성갑) 이상민(유성을) 황운하(중구) 박범계(서을) 등 현역의원 6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밀접 접촉자로 통보받은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여러 구청장들도 참석했다. 허 시장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해당 확진자는 20일 이춘희 세종시장이 주재하는 정례 브리핑에도 참석해 이 시장 등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자칫 안일한 판단이 코로나19 상황을 관리해야 할 행정 지휘부의 공백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개탄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 / 대전=이기진 기자
#코로나19 재확산#버스기사#기자#확진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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