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현직 대법관 첫 증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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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사건 행정처 문건 받아”

이동원 대법관(57·사법연수원 17기)이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1·16기)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직 대법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24일에는 노정희 대법관(57·19기)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 대법관은 2016년 서울고법에 근무할 당시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등의 지위 확인 소송의 항소심 재판장이었다. 1심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다시 심리할 수 없다”며 각하되자 당시 법원행정처는 ‘국회의원의 지위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은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만들었다. 임 전 차장이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통해 이 문건을 이 대법관에게 전달했고, 공교롭게도 항소심은 문건 내용대로 소송 자체는 성립한다고 보면서 통진당 의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대법관은 “2016년 3월 이 전 실장을 만났고, 식사가 끝나고 읽어보라며 문건을 건넸다”고 말했다. 문건의 내용에 대해 “국회의원 지위에 대한 확인이 사법 판단 대상인지 여부와 (판단에 따른) 장단점, 재판권이 법원에 있다는 점 등이 적힌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 대법관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재판에 영향을 받은 것은 전혀 없다. 헌법 교과서와 관련 논문 등도 모두 읽어본 뒤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 읽어도 되는데, 선례가 없는 법률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보니 행정처에서 검토했으면 참고할 만한 게 있을까 해서 보긴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재판부가 행정처에 검토한 자료가 있느냐고 물을 수는 있지만 행정처에서 거꾸로 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사법행정권#남용#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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