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인하대 수익용 부지’ 협의없이 변경 논란

  • 동아일보

바이오 클러스터 확대 조성 위해
송도 11공구, 산업시설 용지로 변경
인하대, 감사원에 감사청구 검토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인하대 수익용 부지 전경. 인천경제청이 협의 없이 이 부지의 용도를 지식기반서비스용지에서 제조업이 들어서는 산업 용지로 바꾸면서 인하대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하대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인하대 수익용 부지 전경. 인천경제청이 협의 없이 이 부지의 용도를 지식기반서비스용지에서 제조업이 들어서는 산업 용지로 바꾸면서 인하대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하대 제공
“인천시가 8년 전 외국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며 인하대 송도 5·7공구 캠퍼스 부지의 양보를 요구해 20만 인하대 구성원의 염원인 ‘송도캠퍼스 시대’를 미뤘는데 인천경제청이 제멋대로 용도를 바꿔도 되는 겁니까.”(인하대 관계자)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하대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던 송도국제도시 11공구 내 수익용 부지의 토지 용도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바꾼 사실이 드러나 지역 대학을 홀대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 인하대 “인천시 협의도 없이 용도 변경”
5일 인천경제청과 인하대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최근 송도 11공구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확대 조성하기 위해 인하대에 제공하기로 했던 지식기반서비스 용지를 협의 없이 제조시설을 짓는 산업시설(제조업) 용지로 용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제청은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거쳐 5월 20일 송도 11공구 개발·실시계획을 변경 고시했다.

인천경제청과 인하대는 2013년 7월 송도 11공구 캠퍼스 부지(교육연구 용지) 22만5000m²를 1077억 원에 매매 계약하면서 수익용 부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수익용 부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건너편 11공구 지식기반서비스 용지 4만9500m² 규모다. 인하대는 오피스텔과 업무·판매시설 등을 지을 수 있는 수익 용지가 갑자기 제조업이 들어서는 산업시설 용지로 바뀌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하대 캠퍼스 부지는 당초 5·7공구에 있었다. 2012년 3월 해외 반도체 회사를 유치한다며 부지 양보를 요구해 당시 매립도 되지 않아 바다였던 11공구로 캠퍼스 부지를 옮기게 됐다. 그 과정에서 인천시는 인하대에 수익용 부지의 제공을 약속했다.

인하대는 2013년 당시 기준으로 이 수익용 부지에 오피스텔 분양 등을 통해 1000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현 송도국제도시의 부동산 상황은 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 외에는 수익이 나기 어렵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인천경제청이 협의 없이 수익용 부지의 용도를 바꾸면서 인하대는 더욱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 시의회도 문제 해결 나설 듯
인하대는 수익용 부지가 무단으로 용도 변경된 것과 관련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한 행위의 부당성을 해명하고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인하대가 송도 지식기반서비스 용지를 매입할 의사가 있다면 관련 협약에 근거해 동일한 면적과 조건으로 용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하대 구성원들은 지역 대학 홀대를 일삼는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의 행태를 더 이상 참지 않고 제동을 걸겠다는 태도다. 인하대 관계자는 “8년 전 인천시의 토지 변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송도캠퍼스 시대를 이미 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학교 재정 상황이 넉넉했고 고 조양호 이사장이 당시 송도캠퍼스 조성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용기 인하대 총동창회장은 “인하대 구성원은 투자 유치라는 인천시 입장을 받아들여 송도캠퍼스 숙원을 늦추는 희생을 감수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지역 대학 홀대”라며 “인하대 전체 구성원의 힘을 모아 인천시의 그릇된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는 11일 오전 시의회 차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인하대 송도캠퍼스(사이언스파크)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 강원모 인천시의회 부의장 등이 나서 연세대에 비해 홀대하는 지역 대학의 현주소 등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이원재 인천경제청장은 “인하대 캠퍼스 조성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하대 수익용 부지#인천경제청#인하대학교#감사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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