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직원-젠더특보와 박원순, 3시간 심야 대책회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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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기 전날 밤 9시경 공관밖 모여… 비서실 직원 둘-임순영 특보 참석
前비서실장, 박원순과 5분 마지막 통화
경찰, 참고인 소환해 대화내용 조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날인 8일 오후 9시 이후부터 시장 공관 밖에서 약 3시간 넘게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와 변호사 출신의 비서실 직원, 또 다른 비서실 직원 등 총 3명과 함께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한석 전 시장비서실장은 이 회의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직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책회의의 내용 등을 묻는 질문에 “저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8일 오후 3시경 박 전 시장에게 직접 찾아가 어떤 일인지 물어봤다”고 스스로 밝혔다. 본보는 임 특보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이 9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경위 등을 수사 중인 서울 성북경찰서는 15일 고 전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3시간 동안 조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가 경찰에 출석한 건 처음이다. 경찰은 조만간 박 전 시장의 수행비서 등 비서실 관계자를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고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이 실종된 9일 오후 1시 39분부터 약 5분 동안 박 전 시장과 휴대전화로 통화를 했다. 박 전 시장이 당시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가 오후 3시 49분경 끊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상대방이다. 고 전 실장은 이날 오전 9시경 공관에서 박 전 시장을 독대하고, 오전 10시 10분경 나왔다. 박 전 시장은 약 30분 뒤인 오전 10시 44분경 등산복 차림으로 공관을 나선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고 전 실장도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의 인지 여부에 대해 “나중에 (따로) 조사가 있으면 거기서 말하겠다”고 했다. 고 전 실장은 서울시 산하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다가 올 4월부터 비서실장으로 근무했으며, 10일 면직 처리됐다.

서울시는 15일 “시 관계자와 여성단체, 인권·법률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6일 만에 서울시가 처음 밝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민관합동조사단에 강제수사 등 실질적 권한이 없어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경찰은 적극적인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박창규·김태언 기자
#박원순 성추행 의혹#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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