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자금 2700여억원, 돈 빼내는 우회로로 활용 의심
8곳은 수감중인 조폭과 연루
금융권 “눈에 안 뜨이는 감사직, 증권범죄 행동대장 많이 맡아”
당국, 자금유출 창구 ‘이피’도 주목
5000억 원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키맨’ 윤모 변호사(43·수감 중)가 옵티머스의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총 19곳에서 감사, 사내이사 등을 함께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윤 변호사는 자신이 관여하는 회사에 옵티머스의 자금을 투자 형태로 유치한 뒤 이를 유용하려 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변호사는 최근 옵티머스의 자금 2700여억 원이 흘러들어간 업체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씨피엔에스, 라피크, 아트리파라다이스에 감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업체로 들어간 자금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50)가 직접 관리한 트러스트올 등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스포츠센터 매입 등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투자 외의 자금은 윤 변호사와 김 대표 등 일당이 유용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경남 고성군 소재 블루웨일, 충남 아산시의 내추럴에코그룹을 비롯해 경기 안양시 옵티머스 마리나에서도 감사직을 맡았다. 이들 회사를 포함해 윤 변호사가 감사, 사내이사, 청산인 등의 역할을 해 온 회사만 19곳에 이른다.
윤 변호사가 이름을 올린 기업 중 8곳은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이자 경남 밀양시 조폭 출신인 이모 씨(45·수감 중)와도 연루돼 있다. 이 씨는 옵티머스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업체 상당수의 대표직 등을 지낸 인물이다.
윤 변호사의 부인이자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이모 변호사(36)가 사외이사로 몸담았던 해덕파워웨이도 윤 변호사가 감사로 있던 화성산업의 자금을 동원해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 경영권을 장악한 곳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상 감사직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아 무자본 M&A나 시세 조종 등 증권범죄 세력의 ‘행동대장’이 맡는 경우가 많다. 윤 변호사가 미리 각종 회사에서 직책을 맡으면서 해당 회사의 경영진과 결탁해 회사를 관리하다가 옵티머스의 자금이 유입되면 재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빼낸 뒤 유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투자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범죄를 계획하기 좋은 자리가 감사직”이라며 “이 씨는 자금을 대주는 ‘전주(錢主)’, 윤 변호사는 이른바 ‘인테리어’ 업자 역할을 맡으면서 관련 업체들을 도관(導管)으로 삼아 돈을 빼내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의 임원이 투자 기관의 임원이나 감사직을 수행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윤 변호사가 이를 악용한 것으로 보고 추가 범죄 사실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운용사에 피해를 유발한 사실이 드러나야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윤 변호사와 김 대표의 자금 유출 고리로 ‘이피○○’ 업체들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자신이 100% 대주주로 있는 이피플러스를 통해 뷰티업체 스킨앤스킨으로부터 150억 원을 받았고 김 대표는 옵티머스의 자금을 이피디벨로프먼트로 전달해 성지건설의 M&A를 진행한 바 있다. 김 대표가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피솔라와 이피네트웍스, 이피코퍼레이션도 이와 유사하게 자금 유출 창구로 활용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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