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옵티머스 사태 ‘키맨’ 변호사, 19곳서 감사-사내이사 함께 맡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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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자금 2700여억원, 돈 빼내는 우회로로 활용 의심
8곳은 수감중인 조폭과 연루
금융권 “눈에 안 뜨이는 감사직, 증권범죄 행동대장 많이 맡아”
당국, 자금유출 창구 ‘이피’도 주목

옵티머스 투자자들, 판매사 규탄 시위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검증 없이 상품을 판매했다며 판매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 투자자들, 판매사 규탄 시위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검증 없이 상품을 판매했다며 판매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5000억 원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키맨’ 윤모 변호사(43·수감 중)가 옵티머스의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총 19곳에서 감사, 사내이사 등을 함께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윤 변호사는 자신이 관여하는 회사에 옵티머스의 자금을 투자 형태로 유치한 뒤 이를 유용하려 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변호사는 최근 옵티머스의 자금 2700여억 원이 흘러들어간 업체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씨피엔에스, 라피크, 아트리파라다이스에 감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업체로 들어간 자금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50)가 직접 관리한 트러스트올 등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스포츠센터 매입 등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투자 외의 자금은 윤 변호사와 김 대표 등 일당이 유용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경남 고성군 소재 블루웨일, 충남 아산시의 내추럴에코그룹을 비롯해 경기 안양시 옵티머스 마리나에서도 감사직을 맡았다. 이들 회사를 포함해 윤 변호사가 감사, 사내이사, 청산인 등의 역할을 해 온 회사만 19곳에 이른다.


윤 변호사가 이름을 올린 기업 중 8곳은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이자 경남 밀양시 조폭 출신인 이모 씨(45·수감 중)와도 연루돼 있다. 이 씨는 옵티머스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업체 상당수의 대표직 등을 지낸 인물이다.

윤 변호사의 부인이자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이모 변호사(36)가 사외이사로 몸담았던 해덕파워웨이도 윤 변호사가 감사로 있던 화성산업의 자금을 동원해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 경영권을 장악한 곳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상 감사직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아 무자본 M&A나 시세 조종 등 증권범죄 세력의 ‘행동대장’이 맡는 경우가 많다. 윤 변호사가 미리 각종 회사에서 직책을 맡으면서 해당 회사의 경영진과 결탁해 회사를 관리하다가 옵티머스의 자금이 유입되면 재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빼낸 뒤 유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투자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범죄를 계획하기 좋은 자리가 감사직”이라며 “이 씨는 자금을 대주는 ‘전주(錢主)’, 윤 변호사는 이른바 ‘인테리어’ 업자 역할을 맡으면서 관련 업체들을 도관(導管)으로 삼아 돈을 빼내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의 임원이 투자 기관의 임원이나 감사직을 수행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윤 변호사가 이를 악용한 것으로 보고 추가 범죄 사실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운용사에 피해를 유발한 사실이 드러나야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윤 변호사와 김 대표의 자금 유출 고리로 ‘이피○○’ 업체들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자신이 100% 대주주로 있는 이피플러스를 통해 뷰티업체 스킨앤스킨으로부터 150억 원을 받았고 김 대표는 옵티머스의 자금을 이피디벨로프먼트로 전달해 성지건설의 M&A를 진행한 바 있다. 김 대표가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피솔라와 이피네트웍스, 이피코퍼레이션도 이와 유사하게 자금 유출 창구로 활용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혁 hack@donga.com·장윤정 기자
#옵티머스 사태#키맨#불법자금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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