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면 책임지겠다” 구급차 막은 택시, 강력범죄로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5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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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가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 이송이 늦어진 환자(79)가 목숨을 잃었단 주장이 나온 사건에 대해 경찰이 강력 범죄로 다룰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동경찰서 교통수사과가 수사를 맡아왔던 이번 사건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외에도 형사법 위반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 강력계 팀을 추가로 투입했다”고 4일 밝혔다. 환자의 직접적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건의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해당 택시기사 A 씨는 현재 구급차 기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망 원인에 따라 다른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건을 처음 알린 한문철 변호사는 “당시 ‘지체된 15분’이 사망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A 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6일 유족을 상대로 고인의 생전 의무기록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고인의 아들인 김모 씨(46)가 올렸던 국민청원은 5일 오후 동의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김 씨는 5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3년 동안 폐암을 앓아오던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져 사설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가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 A 씨가 ‘환자가 사망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막아섰다”며 “A 씨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노력했지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폐암 4기 환자였던 고인을 이송하던 구급차는 지난달 8일 오후 3시 15분경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도로에서 차로를 변경하다 A 씨가 몰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구급차와 유족 측은 “우선 병원에 모셔드리자”고 했지만, A 씨는 사고 처리를 이유로 구급차를 막아섰다. 결국 다른 구급차로 옮겨 타고 가며 이송이 약 15분간 지연됐다. 고인은 당일 오후 9시경 숨을 거뒀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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