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무너지듯 교회 소모임까지 집단감염…거리두기 취약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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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2일 1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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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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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45일,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 28일째를 맞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거리두기 정책에 취약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를 대비해 방역당국은 총 40종의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치침을 발표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유형이 지침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고, 강제력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 유흥시설 등 고위험 시설 감염을 막는 데도 한계를 드러냈다.

아무리 좋은 방역지침을 마련해도 시민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그 효과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당 지침에 모든 행동요령을 세세히 다 담는 것도 물리적으로 어렵다. 방역당국이 거듭 개인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이유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병원 연이어 뚫려…4말5초 황금연휴 불안한 징조

정부는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1차 사회적 거리두기, 4월 6일부터 19일까지 2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4월 20일부터 5월 5일까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개했다. 이를 통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50명 아래로 줄이고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확진 비율을 5% 미만으로 만든 뒤 국민 피로도가 덜한 ‘생활 속 거리두기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4월 중순 의정부성모병원과 제이미주병원, 경북 예천군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불안한 징조를 보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인 지난 4월 18일 기준으로 경북 예천군 34명, 경기 포천시 소재 의원 6명, 대구 제이미주병원 195명 등 지역사회 감염이 연이어 발생했다. 특히 제이미주병원에서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의 3분의 2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병원 접촉자 3분의 2가 확진된 사례는 한순간의 방심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지 보여준다”며 “지난 2주일 정도 진행한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거리유세 등 집회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려면 1~2주일 관찰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4월 10~11일 사전투표, 15일 본투표를 포함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방역을 성공적으로 치러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코로나19가 고개를 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진 황금연휴는 방역적으로 큰 도전이었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4월 24일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 초안 31종을 발표했다.

세부지침 초안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해외여행을 다녀올 경우 외출 자제, 열나면 집에서 3~4일 쉬기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담았다. 여기에 지침 적용 범위를 업무, 일상, 여가로 크게 구분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넣었다. 하지만 유흥시설에 대한 강력한 조치는 담기지 않았고, 이로 인해 5월 초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태원 사고에 QR코드·쿠팡 때는 물류센터 지침…세부지침 고치고 또 고치고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인 5월 초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여파는 쿠팡 물류센터로 옮겨붙으면서 유행이 일파만파 퍼졌다. 특히 이태원 클럽 사고를 통해 유흥시설 출입자가 명부를 작성하는 방역지침에 허점이 드러났다. 출입자 상당수가 제대로 연락처를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역학조사가 지연되고 지역사회에서 N차감염이 일어났다.

이런 허점을 고치기 위해 방역당국은 지난 1일부터 일주일간 QR코드를 이용한 출입 명부관리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QR코드 시범 운영 지역은 서울과 인천, 대전 지역이며, 운용 시설은 병원 1곳, 종교시설 2곳, 도서관 2곳, 음식점 2곳, 노래연습장 4곳, 유흥주점 3곳, 단란주점 3곳이다.

QR코드를 이용한 출입명부 관리 시스템은 코로나19 상황 속 감염자 발생 시 역학조사의 사실성을 조사하고, 동일 공간에 머물렀던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용이한 체계다. 지금까지 방역관리자가 출입명부를 수기로 작성하도록 했지만, 누락 위험 등이 있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전일 저녁부터 QR코드를 가동하고 있어 아직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지는 못했다”면서 “이날 사실상 본격 가동하는 만큼 시스템이나 운영상의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 역시 작업자가 착용했던 모자, 사무용 제품인 키보드와 마우스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대형 물류센터에 대한 세부지침 마련에 나섰다.

종교 소모임은 아예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확진자 24명이 발생한 인천 개척교회 성경모임은 참석자 73%가 감염됐다. 또 무증상 상태로 감염된 확진자 수가 17명(715)에 달했다. 인천 개척교회 성경모임에서는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수도권 확산세는 앞으로 우리가 생활방역 체계를 어느 정도 끌고 갈 수 있을지 시험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라며 “다소 힘들고 피로하더라도 각자 생활에서 방역수칙을 지켜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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