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동반자살 미화 안돼”…살아남은 엄마 2명 징역 4년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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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1일 0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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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결국 아이만 죽이고 살아남은 엄마 2명이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진 A 씨(42·여)와 B 씨(40·여)에게 지난달 29일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두 여성은 같은 날 동일한 죄명으로 똑같은 형량을 선고 받았으나 사연은 각기 다르다.

약 20년 전 첫 번째 결혼 후 이혼한 A 씨는 2015년 현재 남편과 재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그는 남편의 사업이 망해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잦은 부부싸움을 했고, 임신 후 생긴 우울증은 점점 심해졌다.

결국 A 씨는 2018년 12월 자신의 집에서 남편과 다툰 후 만 2세 아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아들은 일산화탄소중독으로 사망했으나, A 씨는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가 사흘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B 씨는 자폐성 발달장애가 있는 9세 딸을 살해했다.

그는 혼자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딸에 대한 양육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우울증을 알았다.

그러던 중 남편마저 공황장애로 휴직과 입원치료를 반복하게 되자 2019년 8월 자택에서 딸을 동반한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딸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고, B 씨는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두 사건은 별개지만, 재판부는 선고일을 같은 날로 잡아 두 피고인을 함께 불렀다.

재판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 사회에서 살해 후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자주 되풀이되는 공통된 원인으로, 자녀의 생명권이 부모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그릇된 생각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범죄는 동반자살이란 명목으로 미화될 수 없다”며 “우리는 살해된 아이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이다.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이런 사건의 발생 원인을 가해 부모의 게으름, 무능력, 나약함 등에서 비롯된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없다”며 “범행에 이른 경위에 개인의 문제 못지않게 사회구조적 문제가 작용하고 있음이 명백한 이상, 가해 부모에 대한 단죄만으로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이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그럼에도 개인의 불행이 아무리 견디기 힘들더라도, 아이를 살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어 실형 선고하고 법정구속한다”고 판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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