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관문 언제 열리나요”…마스크 쓴 채 한숨쉬는 ‘취준생’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31일 0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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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오정물류단지 내 쿠팡 신선센터 앞에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붙어 있다. . 2020.5.29 © News1
29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오정물류단지 내 쿠팡 신선센터 앞에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붙어 있다. . 2020.5.29 © News1
“쇼호스트 채용 일정이 잠정 연기됐어요. 취업 관문은 도대체 언제 열릴까요?”

쇼호스트를 꿈꾸는 취업준비생 박진호씨(가명·27)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반년 가까이 쇼호스트 학원에 다니며 ‘꿈’ 이룰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쇼호스트 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중단했다.

박씨는 “쇼호스트 채용 과정에서 ‘카메라 테스트’는 필수”라며 “홈쇼핑업체들은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지원자의 얼굴을 비롯한 ‘전신’도 살펴보는데 그러다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대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채용을 연기 또는 중단한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취업자는 전년 같은 달보다 47만6000명 줄어들었다. 외환위기(IMF) 시절이었던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코로나19발 실업 대란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특히 지난 달 20대 이하의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4만5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씨 같은 취준생들은 인근 카페·취업 카페에 몰려들고 있다. 취준생이 모인 현장에서 1~2m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서울 소재 취업 카페·커피숍을 방문하면 ‘서로 붙어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취준생을 비롯해 테이블 앞에 앉은 이들 간 간격은 5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취준생 대부분 “코로나19보다 취업 걱정이 더 크다”며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한숨을 쉬고 있다. 취준생이 드나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는 우리의 꿈마저 앗아간다”는 글이 눈에 띈다.

삼성이 온라인 형식으로 채용 과정을 진행하고 오리온·한국인삼공사·KDB산업은행 등 주요 민간기업·공기업이 채용 계획을 밝혔으나 예년보다 구직 선택의 폭이 확실히 좁아졌다는 게 취준생들의 공통된 말이다.

적잖은 기업이 “지금 채용해야 인재를 뽑을 수 있다”면서도 모집 글을 선뜻 올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럽에 이어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도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촉발된 감염자 수는 100명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코로나19 여파로 약 2개월 간 연기됐던 경찰공무원(순경) 채용 일정을 전국 98곳 시험장에서 진행했다. 지난 30일 오전 순경 채용 필기 시험장인 종로구 경북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수험생 A씨는 “시험이 밀려 솔직히 지겹고 힘들었다”며 “수험생 모두 같은 마음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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