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노예살이’ 지적 장애인…70대 가해자는 집행유예

뉴시스 입력 2020-05-23 14:10수정 2020-05-23 14:1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장애수당 1000여만원 횡령 혐의
안방 침대 잤다며 골프봉 폭행도
法 "장애인 인권유린 근절" 집유
장애 여성을 30년 넘게 식모로 부리며 장애수당을 뺏고, 골프 스윙 연습 봉으로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수정 판사는 최근 특수상해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혐의로 기소된 A(70)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09~2014년 사이 평소 식모로 부리던 정신지체장애 2급 피해자 B(50)씨의 장애수당 및 장애인연금 등 명목의 돈을 매월 20만~30만원씩 보관하다가, 2015년 해당 계좌를 해지하며 109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1987년부터 B씨와 함께 살면서 식모로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는 지난해 6월 B씨가 안방 침대에서 잤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재질의 골프 스윙 연습 봉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도 받는다.

주요기사

결국 A씨의 만행을 견디지 못한 B씨가 가출했고, 이를 발견한 사람이 경찰에 신고해 이 사건 각 범행이 드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골프 스윙 연습 봉은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위험한 물건의 위험성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춰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삼자가 곧 살상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인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골프 스윙 연습 봉은 소재만 플라스틱으로 보일 뿐, 길이 약 30㎝ 정도로 실제 골프채와 유사한 정도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며 “매우 단단하기까지 해 이를 이용해 신체를 때릴 경우 충분히 상해 위험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A씨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이 판사는 “A씨는 정신지체장애 2급인 B씨 명의 통장을 관리하며 장애수당 등 돈을 횡령했고, 단순히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잤다는 이유만으로 상해를 가해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 인권유린 등의 근절을 위해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보호자가 없던 B씨를 약 8세 정도 무렵부터 키워오고 보살펴 온 것으로 보이고, 그 기간 동안 어느 정도 경제적·정신적 보살핌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대체로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B씨와 합의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시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