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성금 피해자에 쓰인적 없어”… 정의연 “현금外 다양한 지원사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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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시민단체 공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성금이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며 다음 주부터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구=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성금이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며 다음 주부터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구=뉴시스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성금이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모금한 돈은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시 절차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

이 할머니가 7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성금 사용 문제를 제기하자 정의연이 8일 이 할머니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영수증 사진 등을 공개하면서 반박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지난해 23명에게 2400만 원 현금 지원

정의연은 8일 입장문을 내고 “1995년 전 국민 기금모금 운동을 진행해 위안부 피해자 156명에게 각 4412만5000원을 전달했다”며 “후원금 사용 명세는 정기적인 회계 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시 절차를 통해 공개된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1992년과 1993년 등 이 할머니에게 기부금을 전달한 영수증 사진을 공개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정의연의 2016∼2019년 최근 4년간 공익법인공시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에게 현금성 지원을 하는 ‘피해자 지원사업비’는 2016년 30명에게 270만 원, 2017년 45명에게 8억6990만 원, 2018년 27명에게 2321만 원, 2019년 23명에게 2433만 원이다. 지난해 1인당 평균 106만 원, 2018년 1인당 평균 86만 원이다.


2017년 피해자 지원사업비 금액이 유독 높은 이유에 대해 정의연은 “2015년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발표됐을 때도 위로금 수령을 반대하며 싸워주셨던 이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8명에게 2017년 하반기 모금을 진행해 조성된 기금으로 개인당 1억 원을 여성인권상금으로 전달해 드렸다”고 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성금이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며 다음 주부터 수요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수요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이는지 모른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례를 엮은 책은) 내용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8일 추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는 “이 할머니와 연락이 닿았는데, ‘어제 기자회견에서 많은 기력을 쏟아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2007년 미국 하원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등 약 30년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왔다.


○ 이 할머니 “윤 당선자 국회의원 하면 안 돼”

이 할머니는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의원 당선자에 대해서도 “윤 대표(당선자)는 이(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할머니가 자신을 지지하고 덕담을 나눴다는 것과 관련해 “모두 윤 당선자가 지어낸 말”이라고 했다.

미래한국당 조태용 대변인이 8일 윤 당선자의 한일 위안부 합의의 사전 인지 여부와 관련해 “외교부가 언론 발표 전 윤 당선자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설명했다는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위안부 합의 사안은 외교기밀이었지만 위안부 사안은 성격이 특수했기에 윤 당선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자는 7일 페이스북에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은) 협상 당일 알았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어 조 대변인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 정의연 측 “부추기는 인물 있어” 주장

정의연 측은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가 이 할머니를 부추겨 정의연과 수요집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성사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당선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대표를 만난 후부터 이 할머니의 생각이 바뀐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갖고 싶다며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연 측은 할머니가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는데 곁에서 지켜봤을 때 오히려 젊은 사람보다 정신력이 강하다”며 “누가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따르는 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 할머니의 회견이 사실이라면 일제 치하에서 모진 고초를 겪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조차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용한 것”이라며 “기부금 내역과 사용처를 비롯한 의혹을 스스로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굳이 입장을 낼 만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강성휘 / 대구=명민준 기자
#위안부 피해자#이용수 할머니#정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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