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악구 모자살인’ 남편 1심 무기징역…유족 “恨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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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24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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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서울 관악구의 주택에서 잠든 아내와 6살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도예가 남편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 씨(42)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후 8시 56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 35분 사이 봉천동 자신의 집에서 아내 A 씨(41)와 아들 B 군(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현장에서는 범행 도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어 범인 입증이 쉽지 않았다.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다만, 남편 조 씨가 사건 당일 오후 8시56분에 집에 도착한 뒤 다음날 오전 1시35분쯤 떠나는 장면이 CC(폐쇄회로)TV로 찍혔을 뿐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자료와 감정 등을 통해 남편 조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재판부는 CCTV 등을 비춰보면 제3자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들의 위속 내용물을 통한 사망 추정시간을 볼 때 조 씨가 집에 머물렀을 때 A 씨와 아들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간접 사실을 종합해 조 씨의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피고인은 대부분 함께 있었다. 제3자가 살해했을 가능성은 추상적 정황에 그칠 뿐”이라며 “피고인의 성격과 범행 당시의 갈등 상황에 비춰 인정할 수 있는 범행 동기 등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이 유죄라고 증명 된다”고 했다.

또한 조 씨가 아내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경찰관에게 범인과 사망 원인 등을 묻지 않았던 점, 장례 절차에 관여하지 않고 20여 분만 머물다 떠난 점, 재판 도중 장기 부검 사진, 어린 아들의 생존 시 진술 등이 전해지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는 태도 등도 의심스럽다고 재판부는 열거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해당 사건을 다루며 알려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해당 사건을 다루며 알려졌다.
범행 전후로 범죄 영화 ‘진범’과 ‘재심’, 드라마 ‘도시경찰’ 등을 집중적으로 다운받아 시청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영화 ‘진범’과 유사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영화 ‘진범’을 보면 칼이 범행도구였고, 진범이 칼과 혈흔을 닦은 옷을 숨겨버려 체포되지 않았다. 죽은 피해자의 얼굴을 수건으로 덮고 현장을 떠난 점 등이 이 사건과 유사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랫동안 불륜관계를 가져왔고, 아내와 아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고 질타했다.

이어“유족들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피해자 친구들도 깊은 슬픔에 빠졌는데도 피고인은 공판에서 진술할 때 냉정한 태도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속죄하는 마음을 갖고 살도록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밝혔다.

선고 후 유족들은 취재진에 “재판부에서 탄원서 내용을 많이 인정해 줘서 감사했다. 직접 증거가 없으니 무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확한 정황 증거들이 있었기에 유죄로 판정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어떤 형벌이 나오더라도 만족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저희 곁에 없다”며 “연약한 아이와 여자의 생명을 자기 마음대로 빼앗고 끝까지 자기 범행을 부인하는 것 자체가 저희 유족들에겐 한으로 남을 거 같다”고 흐느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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