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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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웅 씨, 호스피스병동서 가입

말기암 투병 중인 이연웅 씨가 12일 부산보훈병원 에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뒤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말기암 투병 중인 이연웅 씨가 12일 부산보훈병원 에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뒤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평생 이웃에게 받았던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말기암 환자인 이연웅 씨(79)는 12일 부산보훈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생소원을 이뤘다. 이 씨는 이날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들을 만나 ‘제193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에 서약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을 일시 또는 5년 내에 기부할 것을 약정하는 고액 기부자 클럽이다. 이 씨는 “정말 기쁘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일이었다”며 침대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하게 웃었다.

이 씨는 은행원이었다. 1968년 부산은행에 입사한 뒤 충무동, 부전동 등에서 지점장을 지내다 퇴직했다. 퇴직 무렵 위암에 걸려 지금까지 20여 년간 투병해 왔다. 그는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할 위기에 처했을 때 주위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가족에게 자주 얘기해 왔다. 그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고 남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결심에 이 씨 가족은 흔쾌히 동의했다.

이날 가입식에 참석한 이 씨의 딸 현경 씨는 “아버지는 건강하실 때부터 자신의 재산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의미 있게 사용되면 좋겠다는 뜻을 가족에게 밝혔다”며 “가족 모두가 아버지의 나눔 결정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영희 사무처장은 “힘든 병상에서도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는 고귀한 마음을 잘 담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배분사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이연웅#아너소사이어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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