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성금 훔친 일당…“컴퓨터 수리점 열려고”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30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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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경찰서에서 ‘얼굴없는 천사’의 기부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검거되어 청사로 압송되고 있다. 2019.12.30/뉴스1 © News1
30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경찰서에서 ‘얼굴없는 천사’의 기부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검거되어 청사로 압송되고 있다. 2019.12.30/뉴스1 © News1
“컴퓨터 수리점 한 곳 더 열려고…”

전북 전주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6000여만원을 훔친 일당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범행을 위해 성금을 놓아두는 장소에서 2~3일 정도 잠복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컴퓨터 매장을 한 곳 더 열기 위해서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는 곳은 충남 논산과 유성으로 파악되고 있다.

30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0분께 충남 논산시 한 도로에서 특수절도 혐의로 A씨(35)와 B씨(34) 등 2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논산경찰서에서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범행이 일어난 지역 관할 경찰서인 완산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서에 도착한 이들은 각각 두터운 회색과 검은색 외투를 입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

“계획적 범행이었나”, “얼굴 없는 천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범행 동기와 방법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며 “현재 수사 중에 있어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 등은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뒤에 놓고 간 성금 6000여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오전 10시3분께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 걸어 “주민센터 뒤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종이박스를 놓아 뒀다”고 말하고 끊었다.

주민센터 직원은 곧바로 그 장소에 갔으나 남성이 말한 장소에 기부금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몇 분 뒤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그 남성이 재차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박스를 가져간 것 맞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 센터는 누군가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을 훔친 것으로 판단,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성금을 가져간 A씨의 차량을 특정해 쫓았다.

경찰은 용의 차량의 이동방향을 확인, 충남경찰청과 공조해 충남 논산과 유성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A씨와 B씨는 사회에서 알게 된 친구 사이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각각 공주와 논산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치기 위해 2~3일전부터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차를 주차하고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이들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얼굴 없는 천사가 이 시기에 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현재 컴퓨터 수리점을 하고 있는데, 한 곳을 더 열기 위해 돈이 필요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6000여만원은 모두 회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며 “이들의 범행에 대한 구체적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수사 중에 있어 자세한 것은 말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부터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졌다. 그가 지난해까지 19년간 두고간 기부금은 총 6억834만660원에 달한다.

(전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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