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밤에 벌어진 참변…왜 관리인은 대피하지 못했나?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29일 1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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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사람이 우리 집에 불 질렀어, 도와줘.”

모두가 행복했던 성탄절 늦은 밤 참변이 발생했다. 밀린 방세를 독촉했다는 이유로 세입자가 집 관리인과 같이 살고 있던 집에 불을 질러 관리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8일 참변이 발생한 집을 찾았다. 불이 난 집은 한옥 형태의 단층집으로 10평이 조금 넘는 듯 보였다. 내부는 2개의 방과 작은 부엌, 거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양 옆에는 2~3층 주택들로, 뒤편에는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 같은 위치로 인해 집 안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못했다.

집 안은 눅눅하고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불에 탄 TV와 선풍기, 옷가지, 신발 등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집 관리인이 숨어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화장실은 집 안쪽에 위치해 손전등 없이는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이곳에서 집 관리인은 모두가 행복해 하는 성탄절 날 두려움에 떨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생의 마지막을 보냈다.

집 관리인을 평소 알고 지냈다는 한 주민은 “참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었는데 이런 비극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방세 내라는 말 때문에 집에 불을 지른 그 세입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인근의 한 주민은 “불을 지른 세입자는 항상 흉기를 가지고 다녔다”며 “경찰에게 흉기를 들고 다니다가 뺏긴적도 있었는데,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지난 25일 밤에 발생했다.

이날 집 관리인 A씨(61·여)는 두 달 치의 방세가 밀렸다며 세들어 사는 B씨(59)를 독촉했다.

이 집의 본 주인은 A씨의 동생이었다. 동생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누나인 A씨가 집에 살면서 집을 관리했다. 세입자 B씨는 월 25만원을 내고 A씨 옆방에 살고 있었다.

B씨는 A씨의 방세 독촉이 심해지자 화가 났다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B씨는 “방세를 모두 낸 것 같은데 자꾸 독촉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화가 난 B씨는 이날 밤 늦게 A씨가 귀가하자 주위에 있던 쓰레기와 옷가지를 모아 집 안에 불을 질렀다.

흙과 나무로 지어진 오래된 집이라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불이 난 것을 알아챈 A씨는 집 밖으로 대피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B씨가 흉기를 들고 문 앞에서 “나오면 죽이겠다“고 말하며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A씨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옆방 사람이 불을 질렀다. 도와달라”고 했다. 동생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번진 불로 인해 연기는 방안에 가득했다. 하지만 A씨에게 탈출구는 없었다. 방문에는 B씨가 흉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고 유일한 탈출구인 자신의 방과 연결돼 있는 창문에는 보안용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불이 집 전체에 번진 것을 확인한 B씨는 그제서야 집에서 나와 도주했다.

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에 의해 뒤늦게 A씨는 구조됐지만 기도 화상으로 인해 숨졌다.

경찰은 신고 내용 등을 토대로 옆방에 세 들어사는 B씨가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용의자로 특정했다.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탐문 조사 등을 통해 B씨를 쫓았다.

이후 경찰은 B씨를 알아본 한 시민의 제보로 그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의 도움으로 B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불이 난 것을 A씨는 알았지만 B씨가 흉기로 위협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며 “집 구조상 입구 외에는 탈출할 수 있는 경로가 없어 A씨가 대피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완산경찰서는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B씨를 구속했다.

(전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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