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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또래가 디지털 교육”… 어르신 돕는 실버강사들

입력 2019-12-27 03:00업데이트 2019-12-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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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대기업-강의업체와 협력… 50代 이상에 키오스크 강사 맡겨
선발된 7명 ‘눈높이 교육’에 큰보람… 區 “실버강사 활동기회 더 넓힐것”
서울 노원구어르신일자리지원센터가 실시한 키오스크 교육을 통해 실버 강사가 된 7명이 교육 과정에서 활용하는 태블릿PC를 들어 보이고 있다. 60세 전후인 실버 강사들은 비슷한 연령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일단 키오스크 화면의 글자가 너무 작아요. 읽다 보면 사용 시간이 지나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서 당황스럽죠. 터치도 잘 안돼요.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면 기다리는 사람들이 눈총을 줘 더 당황하죠.”

이달 초 서울 노원구 초안산로 인덕대에서 열린 노원구어르신일자리지원센터 주관 생활지원사 양성과정 교육에 강사로 나선 신금순 씨(60·여)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신 씨의 강연을 듣는 이들은 생활지원사 취업을 원하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생활지원사는 고령 노인들에게 병원 동행이나 휴대전화 사용법 교육 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생활지원사와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노인들 모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교육이 필요하다.

강의실에 모인 강사와 교육생들은 비슷한 연령대라 키오스크 때문에 당황했던 경험들을 편하게 털어놓았다. 전체 교육생 30여 명 중 신 씨가 담당한 그룹에 속한 이들은 6명이었는데 이 중 2명이 키오스크 때문에 당황해서 결국 주문을 포기한 채 식당을 나온 경험이 있었다.

신 씨는 “조작 시간이 모자랄 때는 ‘연장’ 버튼을 누르고 최종 화면에 나오는 주문번호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당황하지 말고 화내지 말고 조작이 힘들면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강연 내내 동년배들의 경험에 공감하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신 씨는 전직 공무원으로 올해 퇴임했다. 그가 키오스크 강사로 변신한 건 다름 아닌 ‘키오스크 교육’을 통해서다. 노원구어르신일자리지원센터는 SK브로드밴드의 강연료 지원을 바탕으로 50세 이상 재취업 희망자들에게 10, 11월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했다. SK브로드밴드는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를 막는 활동을 주요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다. 당시 실제 교육을 맡았던 강의 전문업체 열에듀컴퍼니는 교육 참가자 15명 중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적극적이었던 7명을 강사로 고용했다. 이 업체는 종종 노인복지관 등의 요청이 들어오면 키오스크 사용법을 교육해 왔는데 주로 30, 40대 강사에게 맡겼었다.

신호진 열에듀컴퍼니 대표는 “기존에 실시한 교육에서는 노인들이 젊은 강사들의 강연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비슷하거나 나이 차가 크지 않은 사람이 교육하면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버 강사 7명은 생활지원사 양성과정에서 강사로 첫발을 뗀 이후 이달 노인복지관 2곳에서 강연을 했다. 성탄절 전날인 24일에는 첫 월급도 받았다. 수령한 강연료는 시간당 3만 원 수준으로 중·노년이 재취업할 만한 다른 일자리들에 비해 꽤 높은 편이다.

신 대표는 “실버 강사들이 노인들에게 실시하는 디지털 기기 사용법 교육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은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소문이 조금씩 퍼지면서 교육을 요청하는 기관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실버 강사들에 대한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SK브로드밴드가 강연료를 지원해 줄 예정이라 기관들은 비용 부담이 없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를 막으면서 동시에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찾았다며 주목하고 있다. 자치구가 마련하는 노인 일자리는 공원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것처럼 공공근로 형태가 많다.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복지정책 성격의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노인 대상 디지털 교육은 고객을 늘리고자 하는 민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지원을 받기 용이하고 교육 수요 자체도 늘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전문 강사를 양성한다면 일자리 제공과 디지털 격차 해소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민간 기관과 다양한 협력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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