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행정관·제보자, 캠핑장서 우연히 만난 사이”…靑 석연찮은 해명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4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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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11.28/뉴스1 © News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11.28/뉴스1 © News1
청와대가 4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의혹 문제의 최초 제보자는 숨진 전 특별감찰반원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자체 조사 결과 특감반원이 생산한 것이 아닌 외부에서 제보된 내용을 청와대 행정관이 정리했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행정관과 제보자의 관계와 제보 의도,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첩보를 전달받게 된 경위 등 첩보의 생산 및 이첩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최초 제보 이첩 경과와 대통령비서실장 지시로 민정수석실이 자체 조사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2017년 10월 청와대 A행정관은 지인인 공직자 출신 인사로부터 SNS를 통해 김 전 시장 관련 제보를 받았다. A씨는 이를 이메일로 전송해 출력·정리했는데, 정리된 문건은 업무 계통을 거쳐 백 전 비서관에게 보고됐다.

제보 전달 과정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A행정관은 제보자와 민정수석실에 파견 오기 전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사이라고 했다”라며 “두 분 다 공직자였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행정관이 제보자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고 몇차례 만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이며 2016년 민정수석실 파견근무 이전에 만났을 때도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그 측근에 대한 비위사실을 제보한 바 있고, 2017년 10월에도 같은 내용을 제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캠핑장에서 처음 만난 A행정관에게 제보한 공무원의 소속이 어디이며 어떤 의도를 갖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비위 첩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또 특감반 소속도 아닌 A행정관이 여러 차례 들었던 제보를 굳이 그 시점에서 첩보로 만들어 민정비서관실로 보고했으며, 백 전 비서관은 왜 직접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겼는지에 대한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이번 조사 결과는 최초 첩보를 어디서 입수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박 전 비서관이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첩보 보고서를 직접 전달받았다는 주장에 대한 해명은 아니다.

청와대는 해당 첩보가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라 소관 비서실인 반부패비서관실로 전달돼 경찰에 이첩됐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백 전 비서관은 여기에 더해 문건을 보고받거나 누군가에게 전달했는지 등의 기억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제보를 단순 이첩한 뒤 후속조치를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조차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권한 밖의 첩보를 수집한 이유에 대한 해명도 필요하다. 소관 부서에 제보할 것을 안내하지 않고 첩보를 직접 가공해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경간 고래고기 환부 갈등’ 관련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숨진 특감반원 B씨와 또다른 특감반원 C씨가 함께 울산으로 가게 됐다는 시점과 목적 역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래고기 사건이 아닌 또다른 사안에 대해 파악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그와 관련된 해명을 명확히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고래고기 사건을 비롯한 각 분야 ‘부처 간 엇박자’의 실태파악을 위한 기간은 2018년 1월12일에서 16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B씨와 C씨는 2018년 1월11일 오후 기차를 타고 울산으로 가 울산해양경찰서와 울산지방경찰청, 울산지검을 방문했다.

이어 같은달 12일 민정비서관실에 보고된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 관련 언론보도 확인’ 보고서에는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할 수 있도록 감찰2과를 주무부서로 한 수사 점검단을 구성할 것이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만이 짧게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12일에 수사 점검단을 구성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하거나 보도자료를 내지는 않았다”며 “이후 수사심의위가 열렸을 때도 고래고기 사건은 논의가 되지 않았는데, 경찰이 송치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특감반원 2명의 울산 방문 이유를 고래고기 사건 실태 파악으로 수 차례 못박았지만, 이들이 실태파악 기간을 하루 앞두고 굳이 울산을 찾은 이유는 여전히 불분명하게 남은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정도의 보고서라면 굳이 울산까지 가지 않아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또 울산지방경찰청이 지난해 3월 울산시청 등을 압수수색하기 한 달 전 청와대에 모두 9차례 수사 상황을 보고한 것과 관련, ‘지극히 일상적인 업무 처리’라면서도 해당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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