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 아들! 어디가고 옷만 남았니”…독도실종 소방관 애절한 사연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4일 1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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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기장-배혁 대원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
수색당국 '노고' 감안해 가족들 고통스러운 결정
8일 수색 종료…소방청장장 합동영결식 10일 거행

“내 아들 어디 가고 옷만 남았어. 혁아…” 지난 3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중앙119구조본부. 어머니는 아들의 옷가지를 붙잡고 눈물을 쏟아냈다.

멀찌감치 서 있던 가족은 눈시울을 붉혔다. 배혁(31) 구조대원이 생전 근무하던 사무실과 숙소를 찾은 어머니는 마치 아들이 돌아온 양 옷가지와 이불을 꼭 끌어안고 한참이나 놓지 못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란 짧은 인사가 배 구조대원이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됐다.

지난 10월31일 발생한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5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이종후(39) 부기장, 서정용(45) 정비실장, 박단비(29·여) 구급대원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김종필(46) 기장과 배 구조대원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아직 독도 앞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김 기장은 동료들 사이에서 ‘베테랑 조종사’로 통했다. 4000시간에 달하는 비행경력을 갖춰 신망도 두터웠다.

김 기장에게는 44살의 아내와 17살, 13살, 11살짜리 세 아들이 있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묻는다. “아빠 언제 돌아와. 보고 싶어.” 김 기장의 아내는 이제 눈물을 참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씩씩한 엄마가 되어야 해서다.

김 기장의 아내는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여보 정말 사랑하고 존경해요. 당신과 함께한 시간은 정말 행복했고 감사한 시간들이었어요.”

실종자 수색은 사고 발생 39일째인 오는 8일 오후 5시께 종료한다. 먼저 수습한 동료 대원의 시신이 장례식장에 안치 중이고 수색 당국의 노고를 고려해 실종자 가족들이 내린 결정이다.

“수색 중단 결정 어렵지 않으셨나요?” 김 기장의 아내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남편의 어떤 것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여기서 계속 기다릴거에요.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 이제는 남편을 보내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 부기장의 어머니는 휴대폰에 그를 ‘장한 아들’로 저장했다. 그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이었다.

박 구급대원은 지난해 소방공무원에 임용된 새내기 구급대원이었다. 쉬는 날에는 집에서 구급 장비를 가져다 혼자 연습할 정도로 소방관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서 정비실장은 손재주가 좋은 아들과 그림을 잘 그리는 딸을 끔찍이도 아꼈다. 그는 사무실 컴퓨터 배경화면을 가족사진을 저장할 정도로 성실하고 따뜻한 가장이었다.

소방청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대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실내체육관에서 순직 소방관들의 합동 영결식을 소방청장장으로 치른다.

합동 영결식 전까지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백합원에 합동 분양소와 빈소를 차려 순직한 소방관들을 추모한다.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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