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헬기추락 한달…“실종자 3명 모두 찾을 때까지 수색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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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30일 1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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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군 독도 해역에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헬기(기종 EC225) ‘영남 1호’가 추락한지 꼭 한달째를 맞았다.

그동안 헬기 탑승객 7명 중 4명이 시신으로 발견됐으나 3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30일 독도소방구조헬기추락사고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지원단)에 따르면 독도 헬기 사고 해상 수색 기간은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길다.

한달간 사고 해역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한 실종자 3명의 가족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28일까지 해경 158척, 해군 136척, 관공선 135척, 민간 어선 165척, 트롤 45척 등 639척의 배가 실종자 수색 등에 투입됐다.

또 항공기는 해경 64대, 해군 68대, 소방 33대, 육지경찰 2대 등 167대가 동원됐다.

대기인력을 포함한 잠수인력은 해경 896명, 해군 1475명, 소방 676명, 민간 162명 등 모두 3209명에 이른다.

육상 수색에는 육지경찰 250명이 투입됐으며, 드론은 해경과 소방이 운용하는 52대, 다방향 CCTV 50대가 동원됐다.

야간 수색을 위해 해경 484발, 해군 1552발 등 2036발의 조명탄을 쐈다.

실종자 수중수색에 필수 장비인 ROV(수중 무인탐사기)는 거의 매일 투입됐으나 기상상황에 따라 운용되지 못한 날이 많아 가족과 수색당국의 애를 태웠다.

사고 이틀째인 지난 1일 오후 2시25분쯤 수색에 나선 중앙특수구조단 잠수요원이 사고 헬기 동체를 발견하면서 실종자 구조나 조기 발견의 희망이 보였으나 사고 해역이 워낙 심해인 탓에 실종자 수색은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 수습된 시신 2구는 지난 3일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백합원에 안치됐다.

DNA 분석 결과 수습된 시신 2구는 이종후(39) 부기장, 서정용(45) 정비실장으로 밝혀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피해자 친인척들의 오열로 백합원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동료를 잃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대원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유가족들을 안내하며 차오르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이종후 부기장은 강원도 원주시 원주고를 졸업한 뒤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조종사의 꿈을 키운, 앞으로의 삶이 더 기대되는 조종사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부기장의 모친은 슬픔을 애써 감추며 “그나마 종후를 빨리 찾은 것에 감사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정부가 피해 가족 지원과 사고 수습을 위해 대구 강서소방서에 지원단을 설치한 6일에는 응급환자 선원 윤영호씨(50)로 확인된 시신이 동산병원에 안치됐다.

이후 6일간 실종자 추가 발견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애타는 기다림이 계속되다 윤씨 발견 일주일 후인 지난 12일 네번째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강서소방서에 전해졌다.

발견된 시신은 유일한 여성 탑승객인 박단비(29·여) 구급대원이었다. 스물아홉해를 소방관의 사명을 다하다 떠난 박 대원은 지난해 10월 임용된 새내기였다.

그의 모친이 마치 살아돌아온 딸에게 하듯 “정말 훌륭했던 우리 딸, 소방관되는 거 엄마가 반대했지만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했던 거 알지? 우리 딸 엄마가 가슴에 묻을게”라는 눈물 섞인 말에 실종자 가족들도 울고 취재진도 모두 울었다.

박 대원 발견 이후 더 이상의 실종자 발견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사고 발생 초기 KBS 측이 헬기 이·착륙 당시의 영상을 확보하고도 수색당국에 제 때 제공하지 않아 피해 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KBS는 사고 직전 영상을 수색당국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고 사흘째인 지난 2일 9시뉴스에 ‘뉴스’ 형식으로 공개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피해 가족들아 영상을 촬영한 직원과 보도기자, KBS 양승동 사장 등 3명의 대면(對面)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KBS는 영상 촬영 직원의 병원 치료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 한달이 흘렀지만 나머지 실종자 3명을 찾기 위한 수색당국의 수색은 계속된다.

정부는 독도 헬기사고를 비롯해 제주와 군산 등 다른 지역 해난 사고 수습을 위해 세종청사로 불러들인 이승우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을 지난 28일 다시 지원단장으로 복귀시키는 등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원단은 “수색 중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수색당국은 독도 해역의 기상 악화 등으로 수색이 장기화하자 실종자 가족들과 협의해 해상·중층보다 수중수색에 장비와 인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수색당국은 가족 의견을 반영해 실종자가 수중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ROV를 1척에서 2척, 수중형 CCTV를 장착한 함선을 2척에서 4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헬기·항공기를 이용한 주간 수색을 6회에서 7회로 늘리는 대신 2회 실시하던 야간 수색은 중단하기로 했다.

지원단에 소속된 해군본부 유승현 대위는 “모든 실종자들을 가족 품에 보내드리겠다는 다짐에 변함이 없다”며 “군인의 사명감으로 마지막 한분을 찾을 때까지 중단 없이 수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31일 오후 11시25분쯤 소방대원 5명과 응급환자, 보호자 등 7명이 탄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헬기가 독도에서 이륙 직후 바다로 떨어졌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현재까지 이종후 부기장, 서정용 정비실장, 박단비 구급대원, 응급환자 선원 윤영호씨 등 4명의 시신은 수습했으나 배혁(31) 구조대원, 김종필(46) 기장, 응급환자 보호자 박기동씨(47)는 여전히 실종 상태다.

(대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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