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첫 재판서 “檢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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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30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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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첫 재판이 30일 열린 가운데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을 문제삼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이날 오전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 공소장에 대해 법관에게 피고인의 유죄를 예단하게 하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공모경위, 실행행위, 진행경과에 관한 공소사실에 구성 요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이 있다”며 “추후 증거에 의해 입증해야 할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신 전 비서관이 화가 나서 여러차례 전화를 안 받는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전화를 받고 안 받고가 공소사실에 무슨 의미가 있냐”며 “피고인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또 “판사생활을 오래했지만 대화 내용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공소장은 본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 자체가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며 피고인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9일 재판을 속행하고 양측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어 이날 재판에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결국 환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또 지난해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 박모씨가 임원추천위원회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임추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 처리 및 재공모 실시’ 의결이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당시 박씨가 대체자리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배주주로 있는 유관기관 회사 대표 자리를 희망하자 해당 기관 임원들로 하여금 박씨를 회사 대표로 임명하도록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박씨의 임추위 서류심사 탈락을 이유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과 임추위 위원으로 참여한 환경부 국장에 대해 문책성 전보인사를 낸 혐의도 있다.

신 전 비서관은 박씨가 탈락하자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은 사죄,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 재발방지’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쓰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2017년 9월~2018년 11월 환경부 산하 6개 공공기관·17개 공모직위와 관련 사전에 청와대·장관 추천후보자에게만 업무보고·면접자료를 제공하고, 환경부 실·국장으로 하여금 추천후보자를 추천배수에 포함하는 임무를 하게 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지난해 2~3월 환경공단 상임감사가 사표제출을 거부하자 이를 압박할 목적으로 환경공단에 임원들 감사자료를 준비하게 하고, 해당 인사에 대해서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집중 감사해 사표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당시 부장검사 주진우)는 지난 4월25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하고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시절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 폭로로 불거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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