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0대 여성 자살 시도 급증…“진짜 죽음보다 그들은 ‘이걸’ 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1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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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대학을 졸업한 김모 씨(26·여)는 취업에 거듭 실패하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생계를 책임지는 홀어머니나 취업한 친구들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지 못했다. 결국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다행히 가족에게 일찍 발견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발견돼 응급실에 실려 온 10, 20대 여성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 대다수는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진짜 죽음을 원한 게 아니라 손을 잡아 달라는 구조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응급실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사후관리사업은 응급실에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를 두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사례관리팀이 자살 시도로 내원한 환자들에게 퇴원 후 심리 치료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센터는 2016~2018년 응급실 내원 환자 3만8193명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여성 자살 시도자 중 10대, 20대 비율은 2016년 각각 8.1%, 18.2%에서 지난해 15.7%, 24.0%로 급증했다. 학업 스트레스와 취업, 경제적 문제로 마음의 병이 깊어진 젊은 여성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체 자살 시도자 중 87.7%는 충동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술을 먹은 경우도 52%에 달했다. 50.8%는 자살을 시도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응답자의 37.3%는 “주위의 도움을 원했던 것이지 정말 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17년 국내 자살자 수는 1만2463명으로 집계됐다. 1만 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4.3명으로 전년 대비 1.3명 줄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0명, 2015년 기준)보다 여전히 두 배가량 높다.

박성민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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