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강간 미수’, 영장 기각 서초구 주택침입 성추행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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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9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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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29일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관한 지적이 온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유사 사건의 범인이 구속되지 않고 풀려나면서 피해자가 공포에 떨다가 이사를 떠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전 7시 15분경 ‘신림동 강간 미수’영상 속 남성 A 씨(30)를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했다. A 씨의 범행은 전날 오전 6시 19분께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이 ‘신림동 강간 미수’라는 제목으로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면서 알려졌다.

영상에는 A 씨가 피해 여성 B 씨의 뒤를 몰래 따라가 B 씨 집 문이 닫히기 직전 침입 하려다가 간발의 차로 미수에 그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영상만으로는 ‘강간 미수’ 적용 조건인 폭행·협박이 확인되지 않아 우선 ‘주거 침입’ 혐의를 적용했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A 씨는 “일행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뒤따라 갔지만 성폭행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거침입’ 혐의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 원 이하다. 정상 참작이 되면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가능하다. A 씨는 전날 범행 영상이 퍼지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의사를 알려 거주지에서 순순히 체포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A 씨가 정상참작을 계산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서초구의 한 주택에 거주하던 C 씨는 야밤에 30대 남성 D 씨로 부터 집에서 강제 추행을 당했다. D 씨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C 씨의 뒤를 밟아 현관문이 닫히기 전 침입해 강제 추행하고 달아났다.

경찰의 CCTV 추적 끝에 붙잡힌 D 씨의 집은 피해자의 집에서 불과 몇십 미터 거리였다. 조사결과 평소 C 씨의 동선은 D 씨의 시야에 늘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둘은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다.

D 씨는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은 없지만 피해자가 그렇게 주장하니 인정하겠다”고 음주감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D 씨는 동종의 다른 범죄 전력도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어 인멸될 우려가 없으며, 직업과 주거가 일정해 도주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웃에 사는 남성이라 보복 당할까 두렵다’는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 C 씨는 두려움에 떨며 집안에 갇혀 지내다가 보복을 피하기 위해 이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신림동에서 일어난 사건은 닫히는 문을 1초 차이로 붙들지 못해 미수에 그쳤지만 지난해 서초동 사건과 판박이다. 만약 ‘주거침입’ 혐의만 인정될 경우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말란법도 없다. 누리꾼들은 유사 피해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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