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수사 개시-종결 구분돼야 국민 기본권 온전히 보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7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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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은 7일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더불어 수사의 개시, 그리고 종결이 구분돼야 국민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호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해외 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한 문 총장은 이날 오전 9시 경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오로지 국민을 위한 법안이 충실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의 개선점에 대해 문 총장은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수사의 개시와 종결의 구분’으로 구체화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법안 중 일부 독소 조항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문 총장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동의한다는 뜻을 이미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 개정안의 딱 한 부분만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한 개정안 내용을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보고 있다. ‘수사 지휘’라는 단어를 시대에 맞게 바꾸더라도 정보권력에 이어 수사권력까지 확보하는 경찰에 대한 통제권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문 총장은 평소 “하나의 국가기관(경찰)이 수사를 개시하는 권한과 종결하는 권한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는 견해를 강조해왔다.

법안에 따르면 현재 검사가 맡고 있는 90% 정도의 사건에 대한 1차 수사 개시권을 새로 갖는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까지 가지면 검사가 경찰 수사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다는 논리다. 경찰의 불기소 처분에 검사가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이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은 검찰이 사건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고, 경찰이 사건을 수사한 후 마음대로 사장(死藏)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우리 속담에 ‘자는 놈은 깨워도 자는 척하는 놈은 깨우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경찰이 대놓고 봐주려고 하는 경우 수사지휘권이 없는 검찰이 통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총장은 검찰 조직이기주의가 아닌 국민기본권을 위해 수사권 법안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해외 출장 중이던 1일 문 총장은 첫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4일 인천공항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세 차례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문 총장은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말을 한번도 빠뜨리지 않은 것이다.

문 총장은 또 “깊이 있는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어 다행이고 한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출석을 요청할 경우 성심껏 준비해 답변 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출근 직후 대검 청사 8층 집무실 원탁테이블에서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 등 10명과 1시간 동안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검찰이 앞으로 법안 내용에 좀 더 집중해 국민들에게 차분하게 설명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문 총장은 이르면 9일, 늦어도 다음 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법안의 개선 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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