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다스 소송비, MB 요청해 지급…이건희 사면 도움 받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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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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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고맙고 계속 도와달라’…靑 독대는 안해”
“김백준 보내 남은 다스 소송비 돌려달라 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15차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3.27/뉴스1 © News1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15차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3.27/뉴스1 © News1
삼성에서 다스소송 비용을 뇌물로 받은 의혹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78)에 대해 핵심 증인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요청해 소송비를 내줬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남은 소송 비용도 돌려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27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부회장은 이 같이 밝혔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2019.3.27/뉴스1 © News1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2019.3.27/뉴스1 © News1
이 전 부회장은 자신이 자수서에서 “청와대에 다녀온 김석한 변호사가 ‘다스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에서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 지원했다”고 밝힌 진술이 사실이라고 법정에서 강조했다.

그는 “당시 김 변호사가 뭐라고 요청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2007년 김 변호사가 찾아와 ‘미국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위해 법률적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걸 삼성에서 좀 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2019.3.27/뉴스1 © News1
이명박 전 대통령.2019.3.27/뉴스1 © News1
이어 “금액이 크고 작고는 중요하지 않았고, 대통령 후보 측에서 요청한 것이기에 (이건희) 회장에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유력한 대통령 후보나 청와대가 요청하면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회장은 향후 여러 현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송 비용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에게 뇌물을 준다는 인식이 있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 “도와드리면 여러모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자금 지원 요청을 받을 당시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게 유력하다는 사실도 고려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지원이 이뤄진 후에 청와대에 다녀온 김 변호사에게 ‘대통령께선 고맙게 생각하고 계속 도와달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이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 회장의 반응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 “‘그쪽에서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그렇게 하지’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당시 삼성그룹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현안에 대해 도움을 받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2007년 하반기부터 삼성의 현안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과 금산분리 완화, 삼성 비자금 특검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부회장은 “(김 변호사와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관련)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당시 삼성은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했는데 피고인 외 다른 대선 후보자들은 반대했기에 삼성 입장에선 피고인이 당선되면 완화 정책이 실현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 회장의 사면에 대해서도 “피고인을 지원한 게 특별사면에 도움됐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회장님 사면이나 특검은 제가 (김 변호사에게)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며 “특별히 부탁하진 않았지만 기회가 있으면 (김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겠냐는 기대는 가졌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남은 소송 비용을 회수하려 했다고도 증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12년 상반기쯤 다스 미국 소송을 맡은 에이킨검프에 삼성이 송금한 자금 중 사용되지 않은 돈을 회수하기 위해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이학수를 찾아가 받을 돈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삼성이 대납한 소송비용 40억여원 중 10억여원이 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부회장은 “2012년 김백준이 찾아와 ‘소송 비용 중 사용하지 않고 남은 돈을 돌려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정말로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이 요청하니 돌려달라’고 정확히 말했느냐”고 재차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제 기억에 김 전 기획관은 ‘대통령이 저한테 (소송비용을 회수하라고) 이야기하라고 해서 (이 전 부회장께)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며 “김 전 기획관이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한 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에이킨검프에 소속된) 김석한 변호사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니 김 변호사는 ‘그렇게 돌려줄 게 없다’는 취지로 답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다만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2008년 4~6월 이 전 부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1심 첫 공판에서 직접 “어디 삼성 부회장이 약속도 없이 청와대에 들어왔겠냐”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 전 부회장은 “기억이 없다”며 “이 전 대통령 재직 시절에 독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이 전 부회장을 마주했다’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저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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