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 ‘甲質疾’(갑질질) 메모…조양호 회장 주주들 손에 밀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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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주총 건너편에 적힌 갑질질 메모
대한항공 주총 건너편에 적힌 갑질질 메모





27일은 대한항공의 운명이 걸린 정기 주주 총회가 열리는 날이다.

서울 강서구 오쇠동 대한항공 본사 5층 강당에서 주주 총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에 대한 의결을 표결에 부쳤다.

찬성64.09%, 반대35.91%로 부결되자 총회장에서는 박수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 시각 맞은편 승강기 바로 앞에는 “동료, 선후배, 회사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작성하여 걸어주세요”라는 대한항공의 ‘소통나무’ 한그루가 세워져 있었다.

나무 가지에는 하모니라고 적힌 다양한 메모장 뒷면을 한 장씩 읽어봤다. 회사와 동료 그리고 부모에게 바라는 다양한 의견과 격려 등이 있었다.

“힘들다. 힘내세요 토닥토닥…”

“팀장 엄마께, 엄마 사랑해요…”

“공군승무원 파이팅!!!”

“지금 힘들어도 조금만 더 힘내서 일하자… 아프지 말고~사랑한다 다들” 등등

서로 격려하며 배려하고 사랑이 듬뿍 들어있는 메모가 다수였지만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띈 메모가 있었다.

한자로 甲質疾(갑질질). 풀이하면 갑질병을 말한다.

이 메모가 적힌 건너편 주주 총회장에서는 주주의 손에 밀려 사내이사직을 박탈 당하는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지 20년 만에 경영권에 브레이크가 걸린 첫 대기업 첫 총수가 되었다.

싸인펜으로 진하게 적혀 있는 ‘갑질질’ 메모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유가 있었나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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