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로 변한 서귀포 ‘예래주거단지’ 회생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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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資 유치 후 소송전 등 만신창이… 사업주체인 JDC 신임 이사장
토지주 등 만나 사업 정상화 강조

대규모 외자 유치로 화려하게 출발했던 제주 서귀포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짓다만 건물이 흉물로 변한 가운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사업 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대규모 외자 유치로 화려하게 출발했던 제주 서귀포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짓다만 건물이 흉물로 변한 가운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사업 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1일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예래휴양형 주거단지(예래주거단지) 사업장. 짓다가 만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채 폐허로 변했다. 펜스가 둘러쳐진 사업장 내부는 흉물 그 자체다. 철근은 녹슬었고 누렇게 변한 잡초가 공터를 메웠다. 흉물로 변한 건물로 인해 대표적인 절벽경관 가운데 하나인 ‘갯깍’, 해안 용천수인 ‘논짓물’ 절경은 빛이 바랬다. 근처를 지나는 올레 8코스 탐방객만이 간혹 보일 뿐 인적이 끊겼다. 2013년 제주지역에서 화려하게 출발한 대규모 외국자본 투자 유치 사업이 초라하게 변했고 소송전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출구가 보이지 않던 예래주거단지 사업에 변화의 기미가 나타났다. 사업주체인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신임 문대림 이사장은 취임 이후 첫 현장 일정으로 11일 사업 관련 소송을 제기한 토지주 등을 만나 유감을 표명하고 “사업 정상화”를 강조했다. 새롭게 ‘수술대’에 오른 예래주거단지가 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진행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이사장은 7일 취임하면서 “도민과 제주도, 정부가 공감하고 환영할 수 있도록 JDC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겠다”며 “특히 예래주거단지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사업 정상화를 위해 전담조직 신설과 그에 따른 인원, 예산 등을 즉시 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JDC 운명이 이 사업의 정상화에 달려 있다는 각오 아래 예래주거단지 사업이 임기 내에 정상화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며 “토지주, 지역 주민, 투자자, 전문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 제주도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JDC는 2005년 10월 서귀포시로부터 유원지개발사업 시행 승인과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예래주거단지를 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했다. 이듬해 JDC는 토지 매수를 마치고 2007년 부지 조성을 하면서 제주도와 함께 외국자본 투자 유치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베르자야그룹의 투자를 유치해 높이 240m의 초고층 레지던스호텔을 비롯해 카지노호텔, 메디컬센터, 쇼핑시설 등을 계획했다. 베르자야그룹은 2013년 3월부터 1단계 사업으로 147가구의 콘도 등을 짓는 곶자왈빌리지 공사를 진행하다 2015년 7월 중단했다. 1단계 사업 공정은 70%, 전체 사업 대비 공정은 15%인 상태였다.

공공적 성격이 요구되는 유원지에 영리 추구가 목적인 사업을 인허가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법원은 2015년 “관광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인근 주민의 자유로운 이용 가능성이 제한된 예래주거단지 사업은 ‘주민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오락 휴양시설’인 유원지의 개념, 목적과 다르다”며 “도시계획시설 인가는 무효이고 그에 기초한 토지수용 재결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 등 토지를 되찾으려 한 토지주는 191명으로 전체 사업용지 내 토지주 405명의 절반 가까이 된다. 대법원은 올 1월 예래주거단지에 대한 15개 행정 인허가도 모두 무효로 판결했다.

베르자야그룹 측은 2015년 11월 JDC를 상대로 35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추가로 예래주거단지 사업을 완료했을 때 수익 등 잠재적 사업가치에 대해서도 5조1000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예래주거단지#제주 서귀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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