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은 미세먼지 걱정 없이 숨쉬고 싶다”

  • 동아일보

부산의 초미세먼지 농도 전국 최악… 항만지역 배출원 모니터링도 못해
시민행동, 항만규제 대책 마련 촉구

미세먼지안전 부산시민행동은 11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이 걱정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맑은 부산을 만들어 달라”고 부산시에 촉구하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미세먼지안전 부산시민행동은 11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이 걱정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맑은 부산을 만들어 달라”고 부산시에 촉구하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 시민은 숨 쉬고 싶습니다.”

미세먼지안전 부산시민행동은 11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이 걱정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맑은 부산을 만들어 달라”고 부산시에 촉구했다.

부산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6년 m³당 27μg, 2017년 26μg이다. 전국 7대 특별·광역시 중 최악의 1위 도시다. 2016년에는 ‘네이처’에서 부산항을 세계 10대 미세먼지 오염항만으로 발표한 바 있다.

시민행동은 이런데도 부산시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항만 미세먼지에 대한 예산을 국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항만지역의 미세먼지 배출원을 관리 감독할 모니터링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해양수산부, 환경부와 협력해 항만지역의 대기질 개선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항만 지역의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를 위한 조례 제정은 물론이고 내년 국제해사기구의 황 함유 규제에 따른 그린항만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제안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는 항만에 대한 규제는 빠져있다.

선박이 부두에 정박하면 선박 내 냉동시설, 냉난방 공조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벙커C유를 사용하는 선박 엔진 내연기관이나 자체 발전기를 계속 돌려야 해 부산항 오염의 주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의 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선박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육상에서 전기를 끌어와 사용하는 육상전원공급장치(AMP) 설치 사업이 추진되지만 현재는 부산항 4개 선석에만 설치돼 있다.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항만시설 소유자에게 육상전원공급설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지만 제도적 장치가 없다.

특히 시민행동은 최근 시행된 미세먼지 관련 특별법은 미세먼지 고농도 시 비상저감조치에만 초점을 맞춘 한시적이고 사후 처리를 위한 대책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운행을 제한한다고 하나 13만8000대에 달하는 이들 차량을 단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2차 미세먼지 생성요인인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질소화합물에 대해서도 미세먼지 측정과 관리 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자 내놓은 시의 대책이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시는 최근 부산시의회에 제출한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미세먼지 관련 예산 356억 원을 긴급 편성했다. 당초 예산에 포함된 723억 원을 고려하면 시는 올해 1079억 원을 들여 미세먼지 줄이기에 나선다. 전기차와 수소차, 도로 먼지흡입 차량 구매를 확대하고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과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이 주요 내용이다.

이 예산으로 올해 전기차 1044대, 수소차 360대를 보급할 예정이지만 부산에 등록된 차량이 137만6000여 대인 점을 감안하면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상공단의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 예산은 8억 원에 불과하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대해 운행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 방침이지만 공청회 등을 거치려면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부산시민들을 위해 m³당 1μg의 미세먼지라도 더 줄이는 시정운영과 함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미세먼지안전 부산시민행동#초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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