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인 영랑의 건국포장, 고향의 품으로

  • 동아일보

막내딸-손녀, 강진군에 기증… 시문학파기념관에 전시하기로

영랑 김윤식 선생의 막내딸 김애란 씨(오른쪽)와 손녀 혜경 씨(왼쪽)는 4일 이승옥 강진군수에게 선생의 건국포장 증서와 훈장을 기증했다. 강진군 제공
영랑 김윤식 선생의 막내딸 김애란 씨(오른쪽)와 손녀 혜경 씨(왼쪽)는 4일 이승옥 강진군수에게 선생의 건국포장 증서와 훈장을 기증했다. 강진군 제공
3·1만세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민족시인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에게 추서된 건국포장이 선생의 고향인 전남 강진군의 품에 안겼다.

강진군은 영랑 선생의 막내딸 김애란 씨(75)와 손녀 혜경 씨(62·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가 지난해 항일독립유공자로 인정돼 받은 선생의 건국포장을 기증했다고 6일 밝혔다. 강진군은 기증받은 건국포장 증서와 훈장을 시문학파기념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1919년 서울 휘문의숙에 다니던 영랑은 3·1운동으로 학교가 휴학하자 독립선언서와 애국가 가사를 구두 안창에 숨겨서 고향으로 가져왔다. 강진의 청년 학생들과 비밀리에 모임을 갖고 3월 25일 장날을 기해 거사를 벌이기로 했으나 일경에게 발각돼 대구형무소에서 3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영랑은 1930년대 정지용 박용철 등과 시문학파 동인으로 활동하며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생애 87편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한국을 식민지화한 일본의 야욕이 정점을 달리던 1930년대 말 ‘독(毒)을 차고’라는 시를 통해 ‘이리’(일제)와 ‘승냥이’(친일파)가 판을 치는 짐승 같은 세상을 규탄하며 저항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대한독립촉성회에 참여하고 독립만세 시위를 주도했던 전력 때문에 경찰의 감시와 핍박을 받았다. 하지만 끝내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을 거부했고 부친의 비석에 조선인이라는 글자, 상석에 태극 문양을 새기는 등 민족정신을 지켰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의 임시정부 광복군에 군자금을 대는 등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한 공로로 사후 68년 만인 지난해 8월 건국포장이 추서됐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3·1만세운동#영랑 김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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