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vs 체크리스트’…법조계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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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4일 0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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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공작 아니고 뭔가 ” “현재로선 정상 절차” 분분
‘표적 감사’ 여부 관건…“적폐청산 작업이 부메랑”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환경부 제공) 2018.10.2/뉴스1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환경부 제공) 2018.10.2/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향후 사법처리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예단하기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청와대가 관련 의혹에 대해 적법한 감독권 차원의 ‘체크리스트’일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환경부와 청와대 간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조만간 재소환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인사에 대한 환경부 감사에 청와대 개입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이 앞서 압수 과정에서 확보한 ‘산하기관 임원 조치 사항’이란 다수 문건에는 환경부가 사표를 거부한 임원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감사한다거나 개인 비위로 고발 조치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문건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전용 폴더 안에서 발견돼 김 전 장관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김태우 수사관이 요청해 환경부가 만들었다는 문건에는 한국환경공단 등 환경부 산하 8개 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등이 담겼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수사된 내용만으로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사표 종용을 위해 편법적인 표적 감사가 동원됐거나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현황을 파악한 것을 넘어 인사에 개입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형법상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다. 최대 징역 5년까지 처할 수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에 보조금을 배제하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블랙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이던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표 제출을 요구한 직권남용과 강요 모두 유죄가 나왔다.

서울 서초동 A변호사는 그간 언론에 공개된 검찰 수사를 두고 “특정인을 타깃으로 잡아 사퇴하게 하고 그것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한 구체적 대응 방안을 세운 것이 뒷공작이 아니고 뭔가”라며 “인사수석실이나 민정수석실까지 문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환경부의 오락가락 해명에 대해서도 “최초에는 작성한 적이 없다고 하다가 말을 바꾸는데 (사안이) 드러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감추었을 것”이라며 “향후 법정에서 불리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초동의 B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청와대가 주장한 ‘체크리스트’를 ‘블랙리스트’라고 문제삼기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거론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임명직이고 임명권은 대통령에 전적으로 있는 것인데 이를 블랙리스트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새 정부 국정철학을 반영하기 위해 법률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인사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정상적 절차라는 청와대 입장을 수긍한다는 얘기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문에서 나온 블랙리스트 개념을 빌어 이번 사건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Δ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Δ계획을 세우고 Δ정부조직을 동원해 Δ치밀하게 실행에 옮긴 것이란 조항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실시한 적폐청산 작업이 부메랑이 됐다고 본다.

C변호사는 “업무 평가와는 별개로 누군가를 나가게 하는 것은 예전에는 문제가 안 됐다”며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논란이 되면서 어떤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얘는 된다,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사건이 특검까지 가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변호사는 “지금 정권의 기세가 서슬 퍼런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지 모르겠다”며 “정치적 사건인 만큼 특검 얘기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C 변호사는 “(검찰이) 꼬리자르기에 그칠지 몸통을 저격할지에 따라서 특검 문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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