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1·2심 결론 ‘극과 극’…쟁점별 어떤 차이 있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일 19시 16분


코멘트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된 데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던 피해자 진술에 대한 판단이 뒤집어진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1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및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된 피해자 김지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본 1심과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사건상황과 행위내용,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호행동, 당시 피해자가 느낀 감정에 대해 말한 부분이 구체적이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이 어려운 세부적인 내용도 상세하게 묘사해 진술 내용에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성관계에 있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위력 행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김씨가 최초로 간음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지난 2017년 7월30일 러시아 호텔에서의 상황에 대해서도 1심은 “고개를 숙인 채 ‘아닌데요’ 라고 중얼거리며 소극적으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씨의 주장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김씨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경험도 상당한 사람”이라며 “김씨가 경제적, 직장 내에서의 고용 안정 등의 면에서 취약하다고 봐도 안 전 지사가 김씨를 길들이거나 압박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경험칙에 비춰 합리적으로 모순이 없고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없으면 사소하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단정했던 진술이 다소 불명확한 진술로 바뀌는 부분이 있어도 진술 신빙성에 대해 이유 없이 배척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주장 역시 “정형화한 피해자 반응만 정상적인 태도로 보는 편협적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범행 당시 ‘업무상 위력’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판단도 바뀌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사인 피고인을 근접거리에서 수행하면서 피고인을 국내 차기 대통령 후보인 절대 권력으로 인식했을 것”이라며 “비서 업무 내용 및 강도와 피해자가 상시적으로 피고인의 심기를 살피는 것을 보면 지위, 권세 및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무형적 위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구체적인 행동이 없더라도 피고인의 지위 등 무형적 위력의 존재만으로도성폭력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는게 재판부 결론이다.

재판부는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 강조되는 ‘성인지 감수성’도 언급했다. 대법원은 최근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성폭행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본 강간 및 특수상해 등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법원에서 성폭행 사건을 심리할 때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을 이해하는 데는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양상은 가해자와의 관계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개별 사건에서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성에 입각한 논리적 판단이 아니라는게 우리 법원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