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는 인생의 전환점… 글로벌社 인턴 후 진로에 확신 갖게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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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의 특별한 인턴십 프로그램

올해 여름방학 때 ‘하계 사회경험 프로그램(SES)’에 참여한 생명과학과 2학년 송현미 씨가 서울성모병원 시과학연구소에서 형광현미경을 통해 형광염색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포스텍 제공
올해 여름방학 때 ‘하계 사회경험 프로그램(SES)’에 참여한 생명과학과 2학년 송현미 씨가 서울성모병원 시과학연구소에서 형광현미경을 통해 형광염색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포스텍 제공

“SES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졸업 후 막연히 취직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턴십에 참여하면서 전문지식의 한계를 느끼고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게 됐다. 다른 대학 출신의 인턴이나 직원, 임원분들을 만나며 들은 조언들도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짧은 인턴 기간이었지만 가장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얻게 해준 경험이었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이준영 씨(22)는 올해 여름방학 동안 삼성전기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고 인간관계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인턴 생활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씨는 해외 단기유학 프로그램에 지원할 정도로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인턴십을 통해 경험한 사회의 업무와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과의 소통은 이 씨에게 큰 가르침이 됐다.

이 씨가 참여한 SES 프로그램은 포스텍이 국내 대학 최초로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하계 사회 경험 프로그램(Summer Experience in Society)’이다. 방학을 3개월로 늘려 학생들이 사회를 경험하도록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인턴십, 해외 프로그램, 여행 등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도전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특히 SES 인턴십에 참여하면 근무 조건과 업무 등을 고려해 학교가 선정한 우수 기업과 연구소, 벤처 등에서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 “사회·정서적 역량을 길러라”

2016년 260명을 시작으로 3년간 829명의 학생이 SES를 통해 현장을 누볐다. 포스텍 재학생 10명 중 6명은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인턴십을 경험한 것이다. 학부 졸업생의 70%가 대학원에 진학하는 포스텍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엄청난 참여율이다.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우려는 학교의 방침에 대한 학생들의 공감과 SES를 경험해본 학생들의 적극적인 추천이 어우러진 결과다.

특히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데다 진로탐색의 계기도 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다. 78명은 2번 이상 참가했을 정도다. 인턴십을 특성화 프로그램으로서 적극 지원하고 관리하는 포스텍의 강한 의지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학생들이 인턴십을 하는 기업은 국내외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업이나 연구소, 전년도 학생설문에 나온 희망기관 중 대학이 엄선한 곳들이다. 근무 부서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업무를 맡는데 업무의 수준은 높은 편이다. 포스텍은 참여 기관과 협의를 통해 인원, 학과, 근무지를 일대일로 연결해 주고 실습 시작 전에는 학생들에게 직장예절 등에 대한 교육도 한다.

김상욱 입학학생처장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정서적 역량을 직접 사회에 나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분야의 업무를 접해 보면서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텍 김도연 총장과 교수들이 지난달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를 방문해 SES를 통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포스텍 제공
포스텍 김도연 총장과 교수들이 지난달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를 방문해 SES를 통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포스텍 제공

○ 학업과 실무의 선순환

“전공에 대한 의문이 늘면서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답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SES를 통해 그 답을 찾았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깨닫고, 학부 때에는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 수 있어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설계할 수 있었다.”

포스텍 동문기업인 펨토바이오메드에서 3개월간 인턴십을 마친 변재원 씨(19·기계과 2년)는 SES가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해보기 전엔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일들이 막상 현장에선 제대로 풀리지 않아 새로 배워야만 했다. 전문성의 필요성과 대학에서 요구하는 전공 지식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배우게 돼 학업 흥미도 높아졌다.

“SES를 하는 동안 배움은 찾아다니지 않아도 항상 곁에 있었다. 배움에 대한 열린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끝없이 채워졌다. 배움은 항상 곁에 있고,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배웠다. 그렇게 SES로 ‘배우는 법’을 배웠다.”

SES 프로그램 만족도는 90%에 달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것으로 학생들이 꼽은 것은 직장예절·인간관계(90%), 실무이해(91%), 학업 동기 부여(87%) 등이다.

LG디스플레이에서 인턴십을 한 조아영 씨(25·전기전자공학과 졸업)는 “학교에서 공부했던 내용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돼 지루했던 개념들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대학과 교수가 직접 관리… 기업도 대만족

학생들을 채용한 기업의 만족도도 높다. 인턴 기간 중 총장을 비롯한 대학교수들과 담당 직원이 인턴기업을 직접 방문해 학생들의 인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포스텍은 인턴 학생들과의 면담을 통해 낯선 환경 속의 학생들에게 힘을 주는 한편 학생들과의 면담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업과 공유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첫해 76개였던 참여 희망 기관이 2018년에는 108개로 42% 늘었다. 학생들이 실제 인턴을 한 기관은 77개로 삼성 등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 국내외 연구소, 펨토바이오메드, 긱블 등 포스텍의 동문 스타트업 등이다. 이들 참여 기업의 82%가 프로그램에 만족했다.

인공지능(AI) 연구센터에서 인턴십을 진행했던 넷마블 조인상 인재개발팀장은 “학생들이 회사 일을 처음 하는데도 일을 익히고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나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인턴 학생들이 연구 성과를 특허로 발전시켜 회사의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준 것은 물론 관련 논문으로 컴퓨터 관련 세계 저명 학술대회인 유럽컴퓨터비전학술대회(ECCV)에서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의 만족은 인턴십 참여 학생과 기간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역시 동문기업인 엑셈의 최영수 AI 팀장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인턴 학생을 받았는데 협업을 해나가면서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뭐든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좋았다”며 “학생들이 마음에 들어 인턴십 기간을 연장해 일부 학생들은 더 일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포스텍#ses 프로그램#인턴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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