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14년 만에 유죄에서 무죄로 바뀐 가운데, 이것이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1일 채널A ‘뉴스A LIVE’에 출연한 김남국 변호사는 먼저 “14년 만에 판례가 변경됐다. 사회가 진보됐고, 올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해서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취지의 선고를 하기 어려웠던 것은 개인의 양심이 진정한 것인지 가리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라며 “양심이 없는데도 양심이 있는 것처럼 형식적으로 포장해서 병역 기피사유로 삼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대체복무와 관련된 입법이 충분히 돼야 한다. 오히려 정당한 복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대체복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수사해서 정말 양심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고,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종호 세한대학교 교수도 이날 해당 매체를 통해 “대체복무에 대해선 크게 군에 복무를 시키느냐, 민간 영역에 복무를 시키느냐 두 가지로 나뉜다”며 “군에 복무 시키는 것은 지뢰제거 등 전투병과가 아닌 곳에 배치하는 것이고, 민간영역은 24시간 치매환자를 돌보게 하는 것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복무 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 지에 대해서도 얘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일반 육군병사의 2배를 얘기하고, 입영 대상자들은 1.5배 정도를 얘기하고 있다. 외국사례를 살펴보면 1.5~2배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이날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 씨(34)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오 씨는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처벌 예외사유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오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또한 올해 6월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5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병역거부자들과 일선 법원이 낸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회에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입법안을 마련하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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