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청라 ‘G-시티 프로젝트’ 생활시설 추진 놓고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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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이 27만8000여 ㎡인 인천 청라국제업무단지 부지. 최근 민간사업자가 생활형 숙박시설 8000실을 짓는 문제를 놓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면적이 27만8000여 ㎡인 인천 청라국제업무단지 부지. 최근 민간사업자가 생활형 숙박시설 8000실을 짓는 문제를 놓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대기업과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상황에서 생활형 숙박시설 8000실을 짓는 것이 무슨 문제냐. 청라국제도시의 발전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청라 일부 주민과 민간사업자)

“고용, 시설투자 등 투자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8000실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줄 수 있나. 2만여 명이 입주하는 생활형 숙박시설을 허가하면 청라의 정주 여건이 나빠질 것이다.”(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

인천 청라국제업무단지 내 ‘글로벌 스마트 시티(G-시티) 프로젝트’ 추진을 놓고 민간사업자와 인천경제청이 대립하고 있다. G-시티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청라국제업무단지 27만8000여 m²에 사업비 4조700억 원을 들여 4차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오피스와 비즈니스 파크 등 첨단 업무 공간과 주거시설, 호텔, 쇼핑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방선거 전인 올 4월 인천시는 외국인 투자기업 인베스코, JK 미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청라 ‘G-시티 프로젝트’ 추진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사업에는 구글과 LG도 참여한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당시 MOU 당사자에서 제외됐고 뒤늦게 협약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첨예한 대립은 청라국제업무지구 B1, B10의 부지 11만2200m²에 8000실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민간사업자의 사업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 숙박시설을 허가하기 위해서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숙박시설이 취사와 난방이 가능해 아파트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도 논란이다. 만약 이 숙박시설을 허가할 경우 청라의 인구가 크게 늘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민들은 우려한다.

7월 말 현재 청라국제도시의 인구는 9만3997명으로 이미 계획인구 9만 명을 넘어섰다. 민간사업자의 요구대로 이 숙박시설을 허가할 경우 가구당 2.5명으로 계산할 때 청라에 2만 명의 입주민이 추가로 들어와 정주 여건을 해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외국인 투자와 대기업 투자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나 대기업 투자는 구체적인 세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시설이나 생산시설을 어느 정도로 짓고 직원을 얼마나 채용할지 그 규모를 밝힌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간사업자가 설명한 구글과 LG의 투자계획은 사업계획, 상주 인원, 조직 등이 결정되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JK 미래산업, 구글 본사, LG전자 본사 등과 몇 차례 면담을 가졌는데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계획, 일자리 창출 계획, 지역 공헌 계획 등이 부족해 보인다.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되 개발업자의 이해만 충족시키는 사업이 되지 않도록 관계 기업에 지역 기여 계획과 일자리 창출 방안을 요구하도록 인천경제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민간사업자의 사업계획을 지지하며 생활형 숙박시설의 허가를 주장하고 있는 인천시의회 김종인 의원(건설교통위원장·서구)은 “구글과 LG가 참여하는 청라 국제업무단지의 조성은 생활형 숙박시설과 업무시설, 지식산업센터가 모두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실증단지로 조성된다”며 “송도의 C-1, C-2구역 등에 5000실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허가한 인천경제청이 청라만 반대하면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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