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조현민 수사 일단락…총수일가 ‘갑질게이트’는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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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5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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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피한 조양호…기소 면한 조현민
조양호·이명희·조현아 수사는 아직 진행중



지난 3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의 ‘물벼락 갑질’을 시작으로 한진그룹 총수들의 갑질· 비리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이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차녀인 조 전 전무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 기소를 면했다.

그러나 조 회장을 비롯해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 모두 다양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진가 ‘갑질게이트’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 가까스로 구속 피한 조양호…경비대금 횡령 혐의 수사는 남아있어

조 회장을 두 차례 소환조사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며 수사의지를 보여왔던 검찰은, 결국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남부지검 기업·금융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영일)는 특경법상 배임·사기·횡령·약사법 위반·국제조세조정법 위반·독점규제및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조 회장이 가로챈 회삿돈 규모를 총 274억원 상당으로 판단했다. 먼저 조 회장은 2003년부터 지난 5월까지 그룹 계열사 삼희무역, 플러스무역, 트리온무역을 설립하고 중개업체로 트리온무역을 끼워넣은 뒤 수수료로 19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조현아, 조현민, 조원태 3남매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3남매가 가지고 있던 정석기업 주식을 다시 정석기업이 고가에 매입하도록 만들어 회사에 4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와, 자신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호사 선임료 17억원을 대한항공이 대납하도록 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약사 자격증이 없으면서도 무자격 차명약국을 개설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요양급여 등을 편취하는 등 152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있다.

다만 이번 기소건과 별도로, 조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사와 계약한 경비인력을 자신의 집에 경비로 배치하고 급여 및 자택 공사비용 16억5000만원 상당을 회삿돈으로 대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 회장에게 특경법 상 배임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경비원 급여와 공사 비용을 자신이 소유한 금원에서 지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비용 대납은 ‘정석기업 대표 원모씨가 알아서 한 일’이므로 자신은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진그룹을 통해 “경호 인력에 사적인 일을 맡기고 자택 시설보수 등 도움을 받은 사실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총 시설보수 비용 4000만원도 회사에 모두 돌려줬다”고 전했다.



◇ 한진게이트 연 ‘물벼락 갑질’ 조현민…검찰서 무혐의 결론

한진가 ‘갑질게이트’를 연 장본인인 조 전 전무는 ‘공소권 없음’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지 6개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지 5개월 만이다. 서울남부지검 사행행위·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재민)는 조 전 전무의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 특수폭행·업무방해 혐의는 ‘혐의없음’ 처분하고 불기소했다고 밝혔다.

조 전무는 지난 3월16일 대한항공 본사 회의실에서 광고대행사가 촬영해온 영상을 보고받던 중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리컵을 바닥에 던지고(특수폭행), 광고대행사 직원 2명에게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던진 뒤(폭행) 광고주의 지위를 이용해 위력으로 시사회 업무를 중단시킨 혐의(업무방해)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특수폭행 혐의에 대해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던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법리상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광고사업 총괄책임자였던 조 전 전무가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업무적 판단에 따라 시사회를 중단시킨 것으로 인정하고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비록 무혐의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물벼락 갑질’ 사건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비리의혹이 세간에 알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여기저기서 한진 총수일가의 불법행위와 부정한 관행에 대한 제보가 쏟아져나왔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한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꾸려져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 ‘상습폭행’ 이명희…장녀 조현아도 불법고용·밀수로 수사선상

이 전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손찌검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전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적용된 혐의는 특수상해, 상해, 특수폭행,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상습폭행, 업무방해, 모욕죄 등 7건이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자택 경비원과 운전기사, 공사장 작업자 등 모두 11명에게 24차례에 걸쳐 폭언·폭행을 일삼거나 위험한 물건을 던지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의 특수상해 등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지난 7월 이 전 이사장 모녀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전 이사장 모녀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10명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위장해 불법 입국시킨 뒤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검찰 관계자는 “필요한 참고인은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의 경우 6억원대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로 관세청의 수사선상에도 올라있다. 조 전 부사장은 해외에서 구매한 6억 상당의 개인 물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대한항공 직원 등을 통해 국내로 몰래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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