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5년째 의료봉사 펼치는 중소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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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제일병원 의료봉사단, 케냐서 12일간 봉사활동 후 귀국
취업 관련 기술학교 2년후 개교… 내년엔 아프리카 지원 재단도 설립

삼천포제일병원 의료봉사단을 이끈 김송자 원장(왼쪽)이 아프리카 케냐에서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제이카 제공
삼천포제일병원 의료봉사단을 이끈 김송자 원장(왼쪽)이 아프리카 케냐에서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제이카 제공

경남 사천시의 한 중소병원이 아프리카에서 5년째 의료봉사는 물론이고 교육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아프리카 지원을 위한 재단도 만들 예정이다.

‘좋은 친구, 편안한 이웃’을 표방하는 사천시 중앙로(벌리동) 삼천포제일병원(원장 김송자·53)은 최근 아프리카 케냐의 마이 마하이우 지역(캄쉬라·마사이 마을)에서 12일간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했다. 마하이우는 고지대로 빈곤과 질병뿐 아니라 자연재해도 많은 오지(奧地)다.

의료봉사단은 김 원장과 이소영 의료정책본부장, 우영석 내과원장 등 삼천포제일병원 가족 6명과 김종길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회장(치과 전문의), 김옥선 시민장례식장 대표 등 8명이었다. 20년 전부터 현지에서 선교활동 중인 조규보 ‘아름다운 문(門) 교회’ 담임목사(54·조이꿈학교장)의 도움을 받았다. 김 원장과 우 원장, 이 본부장과 김 회장 등은 내과와 소아과, 치과 환자 수백 명을 진료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도 가졌다. 대학생인 김 원장 딸과 아들은 통역, 문진표 작성을 거들었다.

봉사단은 3개월 전 유치원생 존 루카스 군(5)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던 하천에 다리를 놓아주고 ‘존 루카스 브리지’로 명명했다. 현지 관료들은 “케냐 정부가 할 일을 삼천포제일병원이 대신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 원장은 조이꿈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기술학교인 ‘조이 폴리텍’도 착공했다. 교량 건설과 폴리텍 부지 확보에는 2000만 원이 들었다. 폴리텍은 2020년 개교해 컴퓨터, 제과와 제빵, 양장, 가발제작 기술을 가르칠 예정이다.

조 목사는 1998년 리무라는 곳에서 가출 어린이, 길거리의 사생아를 위한 조이홈스 보육원을 만들었다. 이를 모태로 공식 인가를 받은 조이꿈학교에는 유치반과 초·중등반에 300명이 넘는 학생이 다니고 있다.

경상대 의대를 졸업한 김 원장은 1996년부터 세계의료선교팀의 일원으로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지에 파견됐다. 케냐에서 조 목사를 만난 것은 2014년. 이후 조이홈스를 지원하다 지난해부터는 후원회장을 맡아 매월 200만 원씩 보낸다. 올해 초엔 신발이 없거나 양말만 신고 다니는 어린이 300명에게 운동화도 선물했다.

김 원장은 아예 아프리카 활동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제이카(JCA)’라는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제이씨 아프리카’라고도 부르는 제이카는 ‘Joy Child Africa’에서 따왔다. 사재를 털어 1억 원을 종잣돈으로 내놨다. 주변의 동참으로 기금도 확보됐다.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기쁨과 웃음을’이라는 슬로건으로 보건, 교육, 자립, 인권 분야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운동화 한 켤레를 살 수 있는 ‘작은 후원금(1만 원)’도 모은다.

고교 시절 김 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 근무가 꿈이었으나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고향 사천에서 주위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김 원장은 4일 “지역 병원으로서 부족함이 많고 여러 가지 한계도 있지만 어려운 이웃과 함께할 것”이라며 “특히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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