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기 “‘전두환 회고록’ 故 조비오 신부 논란 문구, 표현 자체는 내가 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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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28일 0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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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두환 전 대통령(동아일보)
사진=전두환 전 대통령(동아일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87)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이와 관련,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28일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논란이 된 故 조비오 신부 관련 문구에 관해 “이 표현 자체는 내가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마무리 작업할 때 그런 표현을 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전날 오후 2시30분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그러나 이날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대신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만 참석했다. 정 변호사는 재판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게 “도저히 (법정에) 출석하기 어려운 건강상태다. (전 씨를) 만나러 갈 때 마다 ‘왜 왔느냐’고 물어본다. 재판 때문에 왔다고 말하면 ‘무슨 재판이냐’고 물어본다”라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회고록이 출간된 게 2017년 4월 아닌가. 알츠하이머를 2013년부터 앓기 시작했다면 이 회고록은 어떻게 쓰신 거냐’라는 질문에 “회고록의 서문에 다 상세하게 써 있지만,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하시고 나서 회고록을 쓰시겠다고 2000년부터 그거를 구술 녹취도 하고, 이렇게 하는 식으로 준비를 2000년부터 했다.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났던 2013년까지는 13년의 세월이 흐른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가 2013년에 전 전 대통령 스스로도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2013년인가 2014년 그 무렵에 저를 찾아가지고 이제부터는 이거 초고가 됐으니까 민 전 비서관이 책임지고 맡아서 완성하라. 전적으로 일임한다고 했다”라며 “그래서 그 후로는 내가 전적으로 알아서 내가 맡아서 책임지고 원고를 완성한 거다. 퇴고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은 전혀 여기 개입 안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한 부분은 전 전 대통령의 워딩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 그거는 내가 봐도 확실히 기억은 없는데 이거는 막판에 제가 마무리 작업할 때 그런 표현을 쓴 것 같은데, 그거는 이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지금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이게 전 전 대통령 입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 민 전 비서관에게 나온 얘기라면 큰 문제 아니냐?’라고 지적하자 “아니 그런데 조비오 신부가 하는 주장이 허위라는 건 전 전 대통령도 알고 계신다. 허위라는 건 알고 계시겠지만 이 표현 자체는 내가 쓴 거다”라고 답했다.

‘국민들은 ‘어, 아니네? 국민을 속인 게 되는 건가?’라는 생각 하실 것 같다’라는 질문에는 “그게 무슨 속인 거냐. 원래가 회고록은 저자 명의로 나가는 거 아니냐. 그렇지만 모든 회고록이 저자가 직접 쓴 회고록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문제가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아까도 얘기했지만 전 대통령도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조비오 신부의 말이 허위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계셨다”라고 말했다.

‘2017년만 해도 새 대통령은 이런 사람이 돼야 한다고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이런 저런 평을 했을 정도로 판단이 가능한 정도라면, 본인의 일에 대해서는 더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에는 “1980년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는 건 전 전 대통령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고, 기록과 자료를 보고서는 회고록이 작성됐기 때문에 거기에 관해서 무슨 질문이 나오게 되면 대답하실 수가 없다”라고 답변했다.

‘5·18이라는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생애를 통틀어서 아주 중요한 사건 아니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억하는데’라는 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하고는 직접 만나시고 접촉을 했으니까 잘 알지만 광주 그날 그 당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경험한 일도 아니고 가서 본 적도 없다”라며 “5·18 현장에 있었던 일 같은 건 알 수가 없다. 그걸 어떻게 아나”라고 말했다.

‘법원에서 10월에 한 번 더 재판을 열겠다고, 그때 판사가 보고 판단하겠다고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10월에는 나올까?’라는 질문에는 “내 생각으로는 한 달 후라고 해도 사정이 달라지겠나. 알츠하이머라는 건 약을 계속 복용해도 기본적인 치료가 안 되는 거고 증세가 호전되는 경우도 없다고 알고 있다. 한 달 뒤라면 증세가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질 리가 없으니까 내가 볼 때는 사정이 변경이 없을 거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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