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름으로… 美대학에 장학금 기부한 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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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뉴욕에서 장학증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큰아들 김종윤 총괄대표, 김중순 전 총장, 부인 김상분 씨, 며느리 서가영 씨(오른쪽부터). 김중순 씨 제공
최근 미국 뉴욕에서 장학증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큰아들 김종윤 총괄대표, 김중순 전 총장, 부인 김상분 씨, 며느리 서가영 씨(오른쪽부터). 김중순 씨 제공
“해피 버스데이∼.”

여든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5월 27일, 김중순 전 고려사이버대 총장(80)은 아내와 함께 미국 뉴욕의 큰아들네를 찾았다. 자신의 생일과 장손의 고교 졸업 축하를 겸한 자리였다.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울 때 초인종이 울렸다. 큰아들은 배달원이 주고 간 상자를 아버지한테 건넸다.

‘The Choong S. Kim‘s Scholarship Fund(김중순 장학금)’. 큰 액자에는 김 전 총장의 이름을 딴 장학증서가 있었다. 발신인은 ‘애머스트 칼리지’. 54년 전 김 전 총장이 학비를 낼 형편이 안 돼 입학을 포기했던 그 대학이었다.

연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김 전 총장은 1964년 미국 유학을 준비했다. 명문 애머스트 칼리지로부터 편입 허가를 받았지만 비싼 학비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고 미국 에머리대로 유학을 떠났다. “거기서 공부하지 못한 게 서운함을 넘어 한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김 전 총장은 큰아들을 애머스트 칼리지에 보냈다. 큰아들은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인수합병 총괄대표이자 한국골드만삭스 기업금융회장인 김종윤 씨(51)다. 김중순 장학금은 김 씨가 사재를 기부해 만든 ‘깜짝 생일 선물’이었다. 아버지처럼 비싼 학비 탓에 꿈을 접는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한국계 학생을 우선 선발하라’는 조항을 내걸었다. 이 소식은 지난달 27일 김 전 총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고려사이버대#김중순 장학금#애머스트 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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